펄펄 날던 아웃도어 시장… 어쩌다 찬밥 신세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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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날던 아웃도어 시장… 어쩌다 찬밥 신세 됐나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11.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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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경쟁 및 할인정책, 트렌드 변화까지… ‘추락’ 이끌어
업계 전문가 “기술 개발에 매진 통해 고유 정체성 찾아야”
한 아웃도어 매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 아웃도어 매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최근 아웃도어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가 사업을 접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하나 둘 정리 수순을 밟기 시작하면서 시장 전반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3~2014년 매출의 절정을 찍는 등 승승장구 했으나, 2015년을 기점으로 지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자구책을 통한 제 2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5년 △휠라가 휠라아웃도어 사업을 접은 것을 시작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살로몬) △형지(노스케이프) △제로투세븐(섀르반) △LS네트웍스(잭울프스킨) 등이 아웃도어 사업을 포기했다. 증권업계에선 프랑스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밀레의 한국법인인 △밀레에델바이스홀딩스의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의 장기적 침체는 아웃도어 브랜드 간의 경쟁 심화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시장에는 200여개의 크고 작은 국내외 브랜드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너나 할 것 없이 발을 들이면서 파이 나눠먹기 경쟁이 심화됐고, 아웃도어 특유의 기술 개발 부진도 업계의 추락을 부추겼다. 설상가상으로 장기화된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이란 악재까지 맞물리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 역시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 시켰다. ‘기획전’ ‘감사전’ ‘시즌오프전’ 등 잇따른 세일 공세로 정찰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크게 떨어졌고 흥행의 참패를 이끌었다. 급기야 기존 정가에서 최대 6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두 달 가량 세일에 들어가는 업체들까지 나타나면서 이러한 흐름세는 더욱 빨라졌다.

생활 트렌드의 변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 최근 수년 간 우리나라 국민의 여가 생활 트렌드가 아웃도어(outdoor)에서 인도어(indoor)로 바뀌면서 ‘애슬레저’룩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요가, 필라테스 등 실내에서 하는 운동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침체를 가속화 시켰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대표적인 애슬레저 룩인 레깅스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13년 4345억 원에서 지난해 6958억 원으로 약 60%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아웃도어 브랜드는 트렌드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등산복이 중장년층의 일상복이 되면서 젊은 층이 고개를 돌린 것이 직견탄으로 작용했다. 또한 아웃도어 패션이 피싱(낚시), 바이크(자전거), 서핑, 헌팅(사냥) 등으로 분산된 데다 일상복으로 인기를 끌었던 등산복의 자리를 골프의류와 스포츠웨어가 꿰찬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최근 ‘성장’보다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 중년층이 즐겨 입는 ‘등산복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로 환기시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양새다. 캐주얼 영역을 넘나드는 의류를 앞다퉈 선보이며 '탈(脫) 아웃도어' 전략을 펼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업체들이 장기 불황에 대응하고자 단기적으로 유행하는 아이템을 대량 생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내며 아웃도어 고유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지 않으면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 스트리트 패션 트렌드가 패션 전반계 영향을 미침에 따라 아웃도어와 비아웃도어의 아이템간 경계가 모호해졌으며, 대체할 브랜드들이 많이 생겼다”면서 “향후 아웃도어 카테고리 안에서 정체성을 확실히 지키는 브랜드만이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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