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 운동 4개월] 유통업계, 일본 불매운동 여파… 줄줄이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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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불매 운동 4개월] 유통업계, 일본 불매운동 여파… 줄줄이 ‘악화일로’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11.06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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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일본 맥주 납품가 30% 인하, 유니클로 매출 60% 급감
잠실 롯데마트에 진열된 수입맥주. 사진=임유정 기자
잠실 롯데마트에 진열된 수입맥주. 사진=임유정 기자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일본 제품에 따른 불매운동이 4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유통업계 곳곳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한일 정상 환담으로 양국이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불매운동에 따른 어려움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소비자를 중심으로 ‘안 먹고 안 쓴다’는 인식이 명확하게 자리 잡으면서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사히’ 맥주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 1일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납품하는 맥주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캔’ 등 제품에 대해 납품가격을 최대 30%대 인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때 수입맥주 브랜드 순위 1위까지 오르며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롯데아사히주류 외에 ‘삿포로’ ‘에비스’ 등을 수입·판매하는 엠즈베버리지도 일부 편의점을 대상으로 납품가 가격 인하를 제안,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일레븐은 삿포로, 에비스와 하이트진로가 수입하는 ‘기린’의 납품가도 낮췄다. 그러나 소비자 공급가는 그대로 유지돼 납품가를 낮춘다고 해서 소비자의 발길을 다시 끌어당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수입맥주 시장 1위를 지켜온 아사히맥주 등 일본 맥주는 일본산 불매운동으로 판매가 급감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올 9월 일본산 맥주는 맥주 수입액 순위에서 27위로 맥없이 추락했다. 올해 6월까지 1위를 유지했으나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작한 7월부터 급락한 결과다.

유니클로 역시 타격이 큰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유니클로는 넉 달 전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최근에는 새로운 광고에서 '위안부 모독'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불매운동의 중심에 서있다.

유니클로는 연이은 논란으로 대규모 할인행사에도 매출 하락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신한·KB국민·현대 등 국내 8개 카드사로부터 제출받은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 가운데 유니클로의 지난달 매출액을 31일 공개했다. 박 의원은 “유니클로의 지난달 매출액은 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5억원보다 67% 감소했다”고 밝혔다.

급기야 부산지역 신규 매장 개장을 앞두고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10월 말 부산 동구 범일교차로 인근 요지에 새로 문을 열 예정이던 부산의 14번째 유니클로 매장이 올해 12월로 개장을 잠정 연기했다. 해당 매장은 건물면적 1천450.44㎡ 2층 규모로 유니클로 단독 매장이다.

개장 연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인근 재래시장 상인 반발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꼽힌다. 그동안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은 상권 침해 등을 우려하며 유니클로 측에는 사업 철회를, 관할 동구청에는 판매시설 허가 철회를 요구해왔다. 때마침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동구청은 인허가 절차를 사실상 보류하고 간담회까지 열었다. 부산은 서울 다음으로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한일 관계를 떠나 소비자 개개인의 가치에 따른 소비가 크게 자리 잡은 시대다”면서 “유니클로 최근 행보만 보더라도 국내서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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