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인 물’은 썩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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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인 물’은 썩고 있다
  • 신승엽 기자
  • 승인 2019.1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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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고인 물’이라는 단어가 자주 발견된다. 흐르는 냇물과 달리 한 곳에 고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로 오래된 게임에서 신규 유저와 장벽을 치고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규제에 진통을 겪는 스타트업과 정부 인사들 간의 문제에 빗댈 수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승합차호출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타다는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창업 7년 이내 기업을 스타트업으로 분류한다. 타다는 지난해 10월 차량 300대로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모회사인 쏘카가 존재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창업 7년 이내의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는 점에서 스타트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군에서도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기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은 스타트업의 규제를 해소하고 육성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천명한 기조의 앞뒤가 다른 상황이다. 

이러한 논리는 기득권의 표심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득권 집단이 표심을 이용하는데 기업 살리기보다 노동계의 표가 많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표심 챙기기는 내년도에 열릴 총선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세력들의 만행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소상공인에게도 해당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소상공인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에 전폭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뒷전으로 밀린 채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의 기본적인 권리 요구마저 단순 표심으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분노한 소상공인들은 결국 정치세력화를 선포했다. 노동계가 정치에 참여하듯 소상공인도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치참여가 불가능한 정관을 변경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이는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관 변경 건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스타트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정치세력의 농간은 강해지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세력 싸움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실정이다. 세력 유지를 위해 표면적으로만 이들을 위하는 정치권의 논리는 악용하면 안된다. 아랫물이 범람해 윗물을 침범하면 고인 물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결국 썩기 마련이다. 썩지 않기 위해서는  둑을 치지 않듯 소통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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