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부산 지역 독서회 파피루스의 처녀 시집 ‘손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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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부산 지역 독서회 파피루스의 처녀 시집 ‘손톱’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9.11.05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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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시선과 표현력 돋보이는 24명의 시 76편 수록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북랩이 부산 지역에서 14년간 책을 읽고 시를 써 온 아침 독서회 파피루스의 처녀 시집 <손톱>을 펴냈다.

시집은 파피루스 회원 14명의 시 78편을 실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책을 읽어온 회원 들의 남다른 시선과 표현력을 보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시집의 제목이 된 ‘손톱’은 회원 중 한 명인 류희연 시인의 작품이다.

‘손톱만큼’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필시 ‘아주 조금’이겠거니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누군가에게 손톱만큼 사랑하노라고 고백한다. 

“버려두면 자라나서 상처를 만들기에 당신을 향한 마음을 추억이라 잘라둡니다 … 당신은/ 손톱처럼/ 떼어 버릴 수 없는 삶의 일부입니다…”.

손톱만큼 사랑한다는 게 알고 보니 우주만큼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의미의 반전을 얻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를 색다른 표현으로 풀어낸 시도 눈에 띈다. 박정숙 시인의 ‘77 사이즈 그녀’다.

어느새 늙어버린 엄마를 마주한 딸은 “늘어난 사이즈와 반비례해서/노쇠하고 카랑카랑 연약”해진 그녀가 못내 서글프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올록볼록 뱃살도 사랑스러운/자글자글 주름도 자랑스러운/엄마”이다.

엄마에 대해 딸이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역설적 표현과 의태어로 다듬어 다채로운 시로 빚어냈다.

파피루스는 14년간 독서와 시작(詩作) 활동을 해 온 모임이다. 이번 시집에는 파피루스 독서회 회원 중 24명이 참여했고, 이들이 모은 시는 총 76편이다. 책 읽다 보니 시 쓰게 됐다는 그들의 이름은 두 가지 뜻을 가진다.

첫 번째는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종이로 쓰였던 파피루스이다. 두 번째는 깨뜨릴 파(破), 가죽 피(皮), 눈물 루(淚), 물 수(水) 네 개의 한자로 만든 합자이다. 이는 ‘딱딱한 껍질 밑으로 흐르는 정서를 표현한다’는 의미이며, 각각의 한자는 이번 시집의 장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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