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같은 업종 다른 결과…‘영업이익률’ 간극 어디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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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제철, 같은 업종 다른 결과…‘영업이익률’ 간극 어디서 왔나?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11.04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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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 공장지표에 부가가치 항목 만들어
현대제철, 관계사 영업의 한계…단순한 제품군‧판로, 수출 등 다변화 절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 제공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3분기 경영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철강업계 업황 부진으로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영업이익률 감소폭은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포스코의 올해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8.6%였던 반면, 현대제철은 0.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제품군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업종별 시황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두 업체의 차이는 업계 내에서도 관심이 큰 상황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6년 3분기 영업이익률이 14.0%에 달했고, 2018년 3분기에도 13.8%였다. 특히 별도기준으로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여러 번 달성하는 등 시황 부진에 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 2015년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1.6%와 10.1%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곡선를 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업계는 대표하는 두 업체 간 영업이익률 차이에 대해 제품군의 차별화된 포트폴리오와 기업의 특수성에 따른 차이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아이러니하게도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준양 회장은 포스코의 각 공장에 성과 지표를 도입했다. 일반적인 공장의 성과지표는 가동률이지만, 여기에 부가가치라는 효율성을 더해 생산 방식에 변화를 줬다.

전통적인 공장지표인 가동률은 많이, 빠르게 생산하는데 초점을 맞추지만,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따른 이익을 공장지표로 새롭게 부가해 최적의 효율성을 찾았다. 생산량은 줄지만 이익은 늘어나는 프로세스를 연구한 셈이다. 현재 고부가 제품인 WTP 제품의 판매비중이 30% 수준까지 늘어난 것도, 이 같은 공장지표 도입에 따른 것이다.

특정 업체의 비중을 줄이고 글로벌 업체와의 거래를 늘인 것도 주효했다. 포스코의 현대‧기아차 공급물량은 전체 1000만t 중 10%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자재 등 내수 부문에서 확고한 수요를 갖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제공

반면 현대제철은 고부가 제품군 부족과 현대‧기아차 공급에 의존하는 단순한 판매 프로세스에 발목을 잡혔다. 현대제철의 자동차강판 판매량은 500만t 중반대 수준으로 이중 글로벌 완성차향 물량은 80만t에 미치지 못한다. 450만t 이상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어 높은 의존도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

실제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가 사드 여파로 실적이 나빠진 2016년 이후부터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강판 가격은 기업설명회 때마다 인상할 것이라 발표하고 있지만 3년째 동결 중이다.

후판 부문도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에 100만t 이상 판매하면서 포스코 공급량을 넘어섰지만, 가격 주도권을 오히려 조선사에 빼앗겼다. 관계사와의 가격협상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면서 영업이익률 악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의 경우 건설경기 침체와 더불어 일회성 비용을 털어내면서 0.7%의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현대제철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등 해외 수출에 따른 환율 덕을 크게 봤을 것”이라면서도 “조업기술과 품질에 따른 일정 수준의 차이와 규모에 따른 고정비 등 제조원가 차이도 격차를 벌이는 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컬러강판, 강관, 특수강 등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주요 사업 부문인 봉형강과 자동차강판 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률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자사 실적 개선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시장 논리가 아닌 현재와 같은 그룹 내 힘의 논리로 가격이 결정될 경우, 현대제철의 실적 개선이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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