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가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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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가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까
  • 김진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9.11.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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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연세대 교수.

[김진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성인 남녀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보건복지부 역학조사 결과 평생 동안 정신건강 관련 질환을 앓고 지나갔을 확률이 25.4%나 된다고 한다. 나도 학과장 시절, 장래가 유망했던 제자가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기억이 있어 이 문제를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제약회사는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신약들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최근에 만난 한 제약회사 회장님으로부터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정신질환 치료제에 총 10년 동안 1 조가 넘는 비용을 투자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도 성공을 보장할 수가 없다. 치매 치료제의 경우 미국 FDA에 신청했다가 실패하거나 임상을 중단하는 사례가 올해만 다섯 건이나 발생했다.

신약개발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이다. 디지털 치료제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와 기존 약품을 융합해서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이와 유사한 소프트웨어 기반의 의료기기(SaMD)는 하드웨어나 기존 약물의 도움 없이 온전히 소프트웨어만으로 특정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되는 치료제를 의미한다. SaMD는 개발하는데 시간이 적게 들고, 부작용의 위험도 낮다. 기존 약품의 한계점을 보완해줄 강력한 보완재로 떠오르고 있다. 또 점점 발전하고 있는 AI기술이 향후 가장 활발하게 적용될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의 FDA는 올해 초 SaMD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신약 인허가와 대비해 획기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약 개발에서 시장 출시까지 15년이 소요되던 기간을 3년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출시를 하고 나서 지속적으로 그 약의 성과를 측정해 추가 인증 프로세스를 더 앞당길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개별 약품에 대한 인허가에서 회사에 대한 인허가를 추진해 특정 조건을 맞춘 회사는 더욱 빠른 절차를 밟도록 해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은 제약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 현재 여러 회사들이 SaMD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Pear Therapeutics라는 회사가 중독치료 분야에 Reset이라는 디지털 치료제로 FDA 최종 허가를 따냈다. Akilli나 Click과 같은 회사들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해 FDA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시장으로 진출을 노리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식약처에서 SaMD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환경 조성을 위해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FDA처럼 소프트웨어만을 가지고 작동하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획기적인 심사 및 인허가 과정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임상연구와 개발을 결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국내 제약회사, 보험회사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이 함께 시장발전을 위해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 시장으로 재편되는 제약시장은 물론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큰 발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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