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공포’와 ‘저금리’에 갈 곳 잃은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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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공포’와 ‘저금리’에 갈 곳 잃은 투자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1.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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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불안감 속 주식시장 침체로 투자심리 위축
0%대 저금리 기조에 예금 대신 부동산 투자로 회귀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국내 경기 둔화와 주식시장 침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투자가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행예금도 최근 금리가 하락하면서 0%대 초읽기에 진입해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일부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저 0.1%p에서 최고 0.3%p까지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씨티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일부 입출금 통장에 주는 우대금리를 0.2∼0.3%p 내렸다. ‘씨티더하기통장’의 경우 신규가입하거나 1000만원 이상 금융거래 실적이 있으면 기존에는 연 1.4%의 금리를 제공했지만 이번에 1.2%로 줄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일 주요 입출금 상품의 금리를 0.1∼0.3%포인트 인하했다. ‘내지갑통장’은 최고금리를 연 2.5%에서 2.2%로, ‘SC제일마이줌통장’은 최고 연 1.2%에서 1.0%로 금리를 조정했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역시 이달 또는 연내 예금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당초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말 예금 금리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미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新)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예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인하할 경우 고객이탈이 우려돼 섣불리 진행하지 못했다. 아울러 지난달 30일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로 고객유치 경쟁도 시작되면서 금리 인하는 더욱 망설여지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바로 연동되지만, 예금금리는 한번 조정하면 재조정이 쉽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국계·시중은행이 예금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p 인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에도 국내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 높아진 상황. 이에 따라 한은이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현재 1.25%에서 1.0%로 내린다면 예금금리 연 0%대 상품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은 부동산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는 결국 실물자산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등의 온갖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면서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반면, 부동산 규제를 받지 않는 ‘수익형 부동산’은 반사이익 누리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604조2991억원으로 전월 599조3850억원 대비 4조9141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계은행 대출액은 600조원대에 들어섰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3조835억원 증가한 433조2888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는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매출 확보를 할 수 있는 역세권 상가가 가격 하락이나 공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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