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정은 ‘변화’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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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김정은 ‘변화’ 시킬까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3.01.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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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대북 키워드 “北의 책임 있는 변화 유도”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대북 정책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달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가 ‘북한의 변화 유도’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외교국방통일분과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부처의 업무보고와 전문가 정책간담회 등을 거쳐 이같은 기조를 정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런 기조가 잡힌데에는 북한을 대하는 박 당선인의 시각과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18일 중국 파견 특사단 접견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목표는 세계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북한이 변화해 나가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분명히 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중국 지도부에 잘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의 핵은 용납할 수 없고 추가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과 대화·협력의 창은 열어놓고 있다”면서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중국에 잘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한중간 긴밀한 공조와 협력관계는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추가도발을 포기하고 개혁·개방 등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외교·통일·국방 정책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믿을만한 北 태도’ 전제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의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북한의 변화 유도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관계에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외교정책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새 정부의 국방정책 역시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과 핵개발을 억지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북한이 도발과 핵개발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이런 시도 자체를 하기 어려울 만큼의 안보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새 정부의 대북 기조로 볼 때 북한이 조속한 시일내에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그간 경색돼온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북한의 변화 유도 기조는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다.

온건파인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인수위원직에서 낙마한 만큼,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당초보다 보수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전향적인 대북 이니셔티브를 취할 여지를 줄어들게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를 두고 새 정부 출범 초기 5.24 조치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대폭적인 변화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어느 정도로 우리 측에 신뢰를 주는 메시지를 던지는지가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가늠하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제3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새 정부가 관계 개선을 모색할 여지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일 “박근혜 정부는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 탄생한 만큼 아무 조건없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태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수위가 출범할 무렵만해도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기보다는 타협점을 모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인수위가 정식 발족한 다음날인 7일 인수위 안팎의 소식통들로부터 대북 제재 조치인 5·24조치를 완화할 방침이 전해지면서 부터다.

朴당선인 “대북 목표는 북한 변해 나가는 것이 핵심”

현 정부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나가야 하는 게 차기 정부에 주어진 과제인 데다 여기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는 최적합한 수순이 5·24조치 해제라는 것이 정부당국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어서 차기 정부의 5·24 조치 해제설은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였다.

지난 9일 윤병세 인수위 외교국방통일 분과 위원이 5·24조치 완화와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나중에 종합적으로 봐야겠지만, 마지막에는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힌 점도 차기 정권 초반에 대북 유화책이 추진될 것이란 예측을 더했고, 형평성 차원에서 중단됐던 금강산관광도 재개되지 않겠냐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외교국방통일 분과 인수위원이자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까지 거론되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12일 돌연 사퇴하며 분위기는 역류하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초 학술지에 기고한 글에서 5·24조치의 단계적 해제를 주장한 바 있다. 대선 과정에서도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여론을 국회에서 공론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인수위 내에서도 대북정책과 관련, 가장 온건한 입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차기 정부가 유화적 대북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다.

최 교수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국정원과의 갈등설, 처가측의 재산문제설 등 갖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배경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쨌든 최 교수의 사퇴는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분명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북라인의 요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인수위원들이 대체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입장 설명이 먼저라는 등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한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이 대북정책을 조율할 경우 북한의 성의있는 태도가 없는 상태에서 남측이 먼저 5·24조치를 해제하는 등의 유화책이 나오긴 어렵다는 판단에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강경노선으로 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이뤄진 통일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5·24조치 해제의 필요성 정도만 언급됐을 뿐, 이를 해제하는 방법론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 조치 해제를 논의할 정도까지의 인수위 내부 조건이 미성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최근 며칠간의 흐름에서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올해 남북관계에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수준의 획기적인 대북 유화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은 수그러들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차원의 제재논의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차기 정부 초반의 대북정책 기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차기 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대선 전부터 확인돼왔던 것”이라며 “유엔에서 제재 조치 결과가 나온 후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따라 차기 정부의 초반 대북정책의 윤곽이 정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한 언론매체가 지난 18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매체는 이날 “김정은 노동당 1비서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박근혜 당선인 측은 약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잘하면, 어쩌면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 북측 인사가 참석하는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어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도 북한에서 대남사업을 전담하는 통일전선부 외에도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 해외동포사업부 등이 박 당선인 측에 취임식 초청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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