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이어 두산까지 철수… '벼랑끝' 면세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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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 이어 두산까지 철수… '벼랑끝' 면세업계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10.3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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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객수수료에 따른 출혈경쟁 및 수익성 악화… 면세사업 ‘철수’로 연결
동대문역에 위치한 두산면세점. 사진=임유정 기자
동대문역에 위치한 두산면세점. 사진=임유정 기자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국내 면세 사업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일부 업체가 폐점 수순을 밟기 시작하면서다. 갤러리아에 이어 한화까지 철수를 결정하면서 ‘레드오션’ 면세 사업의 어려움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면세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면세사업을 시작한지 4년만이다. 영업정지 금액은 405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2.2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두산그룹은 오너 일가 4세 박서원 전무가 당시 면세점사업부문 유통전략담당으로 활동하면서 면세점 사업을 따냈다. 지난 2016년 5월 개점한 두산그룹의 투타면세점은 연간 외국인 방문객 700만 명에 이르는 동대문 입지를 장점으로 활용해 국내 면세점 최초로 일부 층은 심야시간까지 영업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연 7000억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가 발목을 잡으면서 고꾸라지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기존 면세업체와의 경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개점 이래 적자가 지속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자간 수수료 경쟁에 불이 붙음에 따라 사업 지속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송객 수수료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업체간 출혈경쟁은 가속화 됐다.

이에 두산은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 구조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판단해 2020년 말까지 사업 기간이 남았지만 조기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두산은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품력을 뒷받침하지 못한 게 사업을 접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3대 명품’도 들이지 못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중장기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면세 특허권을 반납하고 면세사업을 중단한다”며 “전자소재 등 기존 자체사업과 신성장 사업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말 한화갤러리아도 2020년 말까지 면세특허 기간이 남았지만 누적 적자가 1000억원을 넘기면서 여의도 63빌딩 면세점 문을 닫았다. 면세점 수 급증에 따른 과열 경쟁과 중국의 한한령 그리고 시내와 다소 떨어진 지리적 한계 등이 핵심 원인으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있는 서울 명동 부근에 밀집해 있다.

이에 갤러리아는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말까지 사업 기간이 남았음에도 2019년 9월 면세점 영업을 종료키로 했다.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 구조 전환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함에 따른 결정이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수가 6개에서 13개(2018년)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데다, 예상치 못한 중국발 사드 제재라는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서 이를 기점으로 사업자간 출혈 경쟁이 시작되는 등 면세 시장 구조가 왜곡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인 중국 편중 매출로 중국 관계 이슈에 따른 변동 리스크가 커졌으며, 면세사업자간 외형 확장 경쟁으로 고객 유치를 위한 사상 초유의 수수료가 형성돼 저수익 고객 구조로 인해 면세사업 수익성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야기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달 중 서울 3곳을 포함한 4곳의 대기업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을 실시한다. 정부는 지난 5월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가로 5개(서울 3곳·인천 1곳·광주 1곳)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갤러리아에 이어 두산 마저 면세 특허권을 포기하면서 내달 예정된 시내면세점 입찰의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미 주요 면세점들도 참여에 적극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다가, 유력한 참여자로 손꼽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 마저도 ‘검토 중’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대기업이 빠진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발을 들이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해석에도 덩달아 힘을 얻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두산의 면세점 특허 반납은 어쩌면 예고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면세사업은 상위 1~3위를 제외하고 송객수수료 등 다양한 요인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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