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멈춘 식품社 해외서 길을 찾다④] 한국 판매량 7배… 러시아 국민라면, 팔도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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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멈춘 식품社 해외서 길을 찾다④] 한국 판매량 7배… 러시아 국민라면, 팔도 ‘도시락’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10.28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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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현지화 전략 ‘톡톡’ … 내년도 용기면→ 봉지면으로 ‘확대’ 계획
팔도의 도시락 라면을 먹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모습. 사진=팔도 제공
팔도의 도시락 라면을 먹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모습. 사진=팔도 제공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팔도가 만든 용기라면 ‘도시락’이 국내 시장보다 러시아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보다 판매량이 무려 7배나 많다. 국내 라면 시장 전반적으로 성장 침체에 빠진 가운데, 홀로 안정적인 현지화 전략을 잘 세웠다는 평가다.

28일 팔도에 따르면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2005년 21억루블(한화 약 382억6200만원)을 기록, 지난해 처음 연매출 100억루블(1822억원)을 돌파했다. 수량으로는 5억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러시아인 1명당 3개씩 먹은 셈이다. 러시아 시장 내 누계 판매량은 45억개로 국내 판매량의 7배에 이른다. 

팔도 ‘도시락’은 팔도가 지난 1986년 출시한 첫 용기면이다. 국내 최초 별도의 뚜껑이 있는 사각용기를 적용해 국내외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는 사발과 컵 모양 두 종류만 판매했다.

도시락이 러시아로 넘어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부산항 보따리 상인들로 부터다.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상선의 선원과 보따리상 사이에서 사각형 용기면 ‘도시락’은 인기가 높았다. 당시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맞물리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원형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기존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 편했다.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수프의 맛과 흡사해 친숙하게 다가섰다. 팔도는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진출 첫 해 러시아 현지 판매량은 7배 늘어났다.

1998년 러시아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다. 악화된 경영환경에 국내외 업체들이 잇달아 철수했다. 하지만 투자 초창기에 매몰 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잔류를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 정부의 신뢰를 얻고 사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팔도 관계자는 “당시 팔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 우랄 쪽까지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비어 있던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다”면서 “러시아 소비자들은 팔도를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한 대형마트에서 팔도의 도시락 제품을 고르는 러시아인.사진=팔도 제공
러시아의 한 대형마트에서 팔도의 도시락 제품을 고르는 러시아인. 사진=팔도 제공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했고 원료의 고급화, 우수한 가공기술 등을 바탕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또한 모든 ‘도시락’에 포크를 넣어 편리함을 더했다.

추운 날씨 탓에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것에 주목, 이를 통한 제품군 확대도 한몫했다. 특히 러시아 현지인들의 마요네즈 사랑은 각별하다. 한식을 먹을 때도 쌈장과 고추장 대신 마요네즈를 추가 주문할 정도다.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은 ‘도시락’을 먹을 때도 마요네즈를 뿌려 먹었다. 뜨거운 물에 녹은 마요네즈가 치즈처럼 녹는 것에 열광했다.

팔도 관계자는 “2012년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 현지인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도시락’을 포함한 용기면 6품목 18종과 ‘퀴스티’와 같은 즉석 봉지면 3품목 9종, 일반 봉지면 3품목 5종 및 감자퓨레 3품목 7종을 생산 판매중이다.

팔도의 이런 전략이 하나 둘 모여 러시아에서 도시락은 수년째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을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에는 러시아 국가 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제품상’에 라면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팔도 관계자는 “러시아는 현지화 전략으로 생산부터 유통판매까지 자체적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내년에도 즉석라면 M·S 1위인 도시락 용기면을 더욱 견고화하고, 용기면에서 봉지면으로까지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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