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위의 적극적 역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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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위의 적극적 역할 기대한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19.10.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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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평평한 바닥에서 50미터를 뛴 선수와 울퉁불퉁한 바닥에서 100미터를 뛴 선수가 달리기 시합을 했다. 결국 50미터 뛴 선수가 빨리 들어와 이겼다. 그리고 빨리 들어온 선수를 ‘승리자’로 치켜세운다. 그 결과에 납득할 수 있겠는가. 또한 이러한 경기를 ‘공정한 경기’라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러한 불공정에 분노한다. 최근 사회적 큰 이슈로 부상한 대학교 입시도 이러한 성격을 지닌다. 수시전형 불공정 문제 논란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시 제도 자체가 가지는 구조적 문제점과 수시 지원자들의 행위 자체 문제다. 문제 해결방법도 역시 두 가지다. 제도 자체를 고치거나, 지원자들의 자발적 변화가 그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는 방안이 담긴 입시제도 개편안을 주문한 것은 제도 자체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자발적 변화는 예로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자식 스펙 만들기를 수시 지원자가 하지 않으면 된다. 수험생 부모가 친한 교수에게 부탁해 논문 제1저자에 자식의 이름 넣지 않고, 가짜 인턴 증명서 안 만들면 된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존재한다. 대기업집단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현상, 편법적인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갑질 등의 익숙한 용어가 우리 경제의 불공정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불공정한 시장은 비효율성을 야기한다. 공정한 시장경제 생태계 조성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공정위의 적극적 역할에 앞서 시장 참여자의 자발적 변화는 중요하다. 최근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기업인과 만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의 도입 및 확대를 권유한 배경도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서 보듯 경쟁 참가자의 자발적 변화는 한계를 지닐 수 있다. 이미 부모의 스펙의 영향력이 막대한 입시제도에서 교육부장관이 학부모에게 공정한 경쟁을 권고하는 것은 아무 실효적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힘의 불균형에 놓인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등 ‘을’에게 공정한 경쟁의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최근 3년간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관련 민원 및 신고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 을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도 갑질 중 하나다. 기업의 오너 일가의 세습이나 사익을 위해 다른 기업이 맡아왔던 일을 특정기업에 몰아준다면 기업집단 내에서 비효율적 자원배분을 야기하고, 혁신적 중소기업의 경쟁기회를 저해하는 행위다. 기업집단 내의 비효율적 자원배분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배임죄에 해당되기도 한다.

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2년 반이면 족하다. 공정위가 기다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움직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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