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제약업계, 돌파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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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제약업계, 돌파구를 찾아라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3.01.1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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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제약업계가 연초부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일괄적인 약가인하 여파와 함께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전방위로 불신이 가중되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지원 대상인 혁신형제약기업들도 취소 위기에 몰리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 자칫 올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의지까지 희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 지난 2011년 11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한국제약협회 회원들과 전국 200여 제약사 직원들이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약가인하정책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가졌다. 사진=뉴시스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 적발 속속…혁신형제약 인증 취소 위기
올해 추가 일괄 약가인하 여파에 따른 ‘구조조정’ 칼바람 예고

제약업계가 연초부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살포는 끊이질 않고 있는데다 그 수법마저 지능적으로 변모해 이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 관행 여전

최근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이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쌍벌제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로 이들은 에이전시를 통해 병원 인테리어 공사비, 의사들 자녀·가족의 어학연수비·여행비용까지 대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자사 의약품 구매 관련 거액의 뒷돈을 제공한 혐의로 동아제약 허모(55) 전무와 정모(44) 차장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동아제약 광고·마케팅 등을 대행하는 '거래 에이전시' 4곳을 통해 자사 의약품 구매·처방과 납품계약 연장 등의 청탁명목으로 전국 1400여개 병·의원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이 법인카드, 현찰, 상품권, 기프트카드를 건넨 사례도 적발, 일부 동아제약 직원에게는 증거 인멸을 시도한 혐의도 적용됐으며, 모 직원은 지난해 9월 내부 제보자와 가족에게 진정을 취하하라고 협박한 혐의도 드러났다.

쌍벌제 이후 적발된 리베이트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해 12월 한미약품도 판촉을 목적으로 의사와 약사에게 뒷돈을 제공한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 해 5월까지 의사와 약사들에게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현금 등을 제공해오다 적발됐으며, 이들에 대해 '뮤코라제 정' 등 이 회사 20개 품목의 1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밖에도 그 해 같은 달 건일제약 역시 리베이트 혐의로 인해 이재근 전 대표의 유죄가 최종 확정되기도 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전문의약품의 처방 확대를 목적으로 전국의 병의원 및 약국에 3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 이 전 대표는 이에 따른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된 바 있다.

그런 가하면 CJ 제일제당 역시 현재 리베이트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달 가운데 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혁신형제약기업 취소 위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로부터 인증 받은 혁신형제약기업들 가운데 일부가 최근 리베이트 적발로 행정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인증 취소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쌍벌제 이후 판매질서 위반행위(리베이트)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을 발표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이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신약개발 R&D 역량과 해외 진출 역량 등이 우수해 복지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현재 동아제약, 광동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대원제약, 동국제약, 동아제약, 동화약품, 보령제약, 부광약품 등 43개 제약사가 선정돼있다.

복지부가 제정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규정에 따르면 인증심사 시점 기준으로 과거 3년 이내 리베이트에 따른 누적 과징금 처분이 약사법상 2천만 원, 공정거래법상 6억 원 이상이거나 액수에 상관없이 행정처분횟수 누계가 3회 이상이면 인증이 취소된다.

이와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리베이트가 적발된 일부 제약사들 가운데 과징금이 최종 확정되진 않았으나 일부는 리베이트에 연계된 품목과 그간의 행정처분 선례를 비추어볼 때 인증 취소 기준을 넘는 과징금을 받을 확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복지부는 이달 중순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후 1~2월 중으로 개정안을 최종 고시하고 리베이트 제약사들의 인증 취소 절차를 검토할 방침이다.

약가인하 따른 ‘구조조정’ 칼바람

이런 가운데 제약업계는 일괄 약가인하까지 겹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단행된 일괄 약가인하와 별도로 추진 중이었던 약가인하 정책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추가 약가 인하가 실시된다.

지난 1일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의약품 1294개 품목의 가격이 평균 9.4% 인하된다.

추가적으로 일괄 약가인하가 시행됨에 따라서 상당수 제약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 손실 우려와 함께 정부가 지나치게 보험재정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뱉고 있다.

실제로 일괄 약가인하로 인해 지난 해 국내 10대 상위제약사들은 연평균 600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한 관련자는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해 지난 해 실적부진을 겪었는데 올해도 추가적으로 주력제품들이 약가인하에 들어가 현재 손실을 메우기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한 관련자는 국내에서 주력제품들의 가격이 낮게 책정되다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또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는 한편, 제약사들의 본업인 신약개발은 뒷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올해 제약업계에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약가인하 여파에 이어 국내 제약업계 규모 축소까지 맞물리면서 올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인 화이자는 임직원 80명을 희망퇴직을 통해 감축할 방침이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구조조정에 임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얀센도 지난해 말 20명을 감축한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등도 인원감축을 실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자칫 올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의지까지 희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위기극복 해법은 없나

제약업계에 드리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다방면으로 직면해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약업계는 물론 정부, 학계 모두가 제약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깨닫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이상석 상근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위기가 아닌 기회의 한 해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혁신적 신약에 대한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장기간의 투자를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가치를 인정하는 가격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의약품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제약산업 육성정책을 펼쳐왔고, 일본은 이보다 앞선 1970년대 신약개발을 목표로 제약산업을 집중 지원해왔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의 경우 제네릭의약품(복제의약품), 제형변경의약품, 개량신약, 천연물신약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한국제약협회는 제약업계에 물든 뿌리 깊은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미래성장동력인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관행이었던 판매질서 위반행위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선진 제약사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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