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화경제’ 시정연설 다음날 金위원장 ‘경협 폐기’ 신호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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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평화경제’ 시정연설 다음날 金위원장 ‘경협 폐기’ 신호탄 쐈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10.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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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사업 '남북 협력 상징성' 전면 부인
南 사업 재개 기다림 중단하고 독자 사업 추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20여 년간 축적되어 온 남북 협력 성과를 무너뜨리는 첫 신호탄을 쐈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북한이 새로 독자 사업을 추진하라는 지시다. 이 같은 지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평화경제”를 재차 외친 다음날 나온 발언이라 더욱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스토킹 정책 좀 그만하라는 최종 경고”라는 평가가 나왔다.

▮“금강산 관광=남북 관계 아니다”

김 위원장의 충격적인 지시는 23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로 내부 메신저 역할을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대외용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지시는 우리 정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고 북한 주민에 대한 공표인 셈이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측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길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은 더 이상 남북 협력의 상징이 아니라는 선언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 관계의 상징·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며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이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이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金, 시정연설 평화경제 일축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남북 관계 경색과 관련해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이다.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남북 경협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가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되던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우리는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경제·문화·인적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요구에 김 위원장은 하루만에 ‘노(no)’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마저 비판하며 내놓은 답이라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野 “스토킹 정책에 쐐기 박은 것”

이에 대해 당장 우리 정치권에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전환 요구가 쏟아졌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너절한 평화경제를 고집하는 문재인 정부에 북한이 ‘너절한 남측 시설 철거’로 응답했다”(김명연 수석대변인)는 비아냥이 나왔고, 바른미래당에서도 “평화가 아닌 긴장과 위협만 고조되는 남북 관계의 현실을 애써 보지 않으려는 정신승리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최도자 수석대변인)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 전문가인 하태경 의원은 “북한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으며 심지어 쌀 주겠다는 것도 안 받겠다고, 만나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갈수록 그 도가 심해져서 평화경제, 공동올림픽 그리고 12월 아세안 정상회의 오라고 지속적인 스토킹을 해오고 있는 것”이라며 “제발 좀 스토킹 좀 그만하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랜 시간의 반목과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하는 길에는 남북 모두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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