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버지 업적 ‘금강산 관광’ 엎었다
상태바
김정은, 아버지 업적 ‘금강산 관광’ 엎었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10.23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성항 내 남측이 설치해 북한이 동결 조치한 해금강 호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성항 내 남측이 설치해 북한이 동결 조치한 해금강 호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인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폐기' 처분을 내렸다. 세습 왕조로 불리는 북한에서 선대의 유훈이나 업적을 뒤집는 행동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선대의 결정이 매우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선대의 유훈을 뒤집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평화경제" 구호만 되풀이 하는 우리 정부에 '남쪽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는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현대아산이 건설한 금강산 관광시설을 둘러본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약할)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대 업적으로 꼽힌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남북 간 오랜 대결시절에 종언을 고했다. 그 결실이 금강산 관광사업이다. 금강산 사업은 이후 20년 가까이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 돼 왔다. 그런데도 후계자인 아들이 이를 비판하며 사실상 폐기 처분을 내린 것이다. 

정부는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현재 남북관계 상황은 엄중하고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선대의 정책에 대해 사실상 비판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진짜 정책 전환인지 아니면 다른 시그널인지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