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금리인하 효과…양적완화 카드 꺼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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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금리인하 효과…양적완화 카드 꺼낼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10.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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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비전통적 통화정책" 가능성 첫 언급…전문가들 "자본유출 우려 등 시기상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면서 한국은행의 향후 추가대응 카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하를 통한 전통적 통화정책으로는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비전통적 통화정책' 이른바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은행이 가지고 있는 국채를 매입하고 대신 현금을 내주는 정책이다. 자금을 직접 시장에 공급하는 동시에 장기 시장금리의 하락을 유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를 비롯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최악의 경기 침체 상황시 양적완화 카드가 가동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 시작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정책 여력이 더욱 축소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금리 이외 정책수단의 활용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아직 금리 이외의 추가적인 정책수단 시행을 고려할 때는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현 통화당국 수장이 직접 양적완화 정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통위원들도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려되거나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경우 우리나라도 양적완화(QE)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은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한은 금통위원실이 제출한 국정감사 사전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양적완화 정책 시행의 판단기준에 대해 "원론적으로 금리정책 운용 여력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심각한 경기침체,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엄중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존 전통적인 금리인하 정책이 한계에 도달할 경우 한은이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위원들은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가 장기 시장금리 하락, 소비·투자심리 개선 등을 통해 금융, 실물 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양적완화의 효과를 평가했다.

이같은 가능성이 대두되는 배경에는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정책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효하한은 현재 0.75~1.00% 수준으로 시장은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를 한두 차례만 더 내리면 이후에는 사실상 금리 인하 효과가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금리는 지금도 낮은데 '제로금리'까지 가기에는 조심스러운 문제들이 있다"며 "정책 여력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막상 리세션(침체)이 왔을 때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할 중앙은행이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양적완화 카드가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인 만큼 원화의 과도한 약세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워 최악의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 자금이 부족한 것보다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게 문제란 점에서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과도한 레버리지와 위험 추구 행태 등을 통해 금융안정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양적완화를 시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양적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갖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는 만큼 제로 금리 또는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시행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금통위원들을 비롯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견해차가 있어 당장 실행 가능성을 거론하기는 이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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