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분쟁 덩어리 보험약관 뜯어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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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분쟁 덩어리 보험약관 뜯어 고친다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10.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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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친화적으로 보험약관 개선…‘마구잡이’ 특약 끼워팔기 금지
법률‧의료리스크 사전검증 의무화…“보험 민원‧분쟁 감소 효과 기대”
보험상품명 정비에 따른 개선 예시. 사진=금융위원회
보험상품명 정비에 따른 개선 예시. 사진=금융위원회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내년부터 보험계약자는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를 받는다. 또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보험 상품명이 일괄 정비된다. 상품의 본질과 무관한 특별약관을 끼워 판매해 온 관행에도 제동이 걸려 약관의 모호성으로 야기된 보험사와 소비자간 분쟁이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소비자단체·보험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보험약관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보험 상품은 우리생활에 필수적이지만 상품이 매우 다양하고 구조가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번 다양한 보험약관 개선 대책은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 제공…오인 소지 상품명 정비

금융당국은 우선 일반소비자가 그림, 표, 그래프 등을 활용해 보험약관의 핵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보험사는 보험약관 본문 앞부분에 요약자료를 포함하고 있지만 글씨 위주로 기술돼 있고 어려운 용어와 보장내용이 많아 상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생보‧손보협회가 인포그래픽과 정보통신기술을 적극 활용한 보험약관 이용 가이드북 모범 예시안을 제작해 보험사에 제공한다. 보험약관의 주요 내용은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QR코드와 연결해 소비자의 약관 이해도와 정보 전달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각 보험사는 모범예시안을 활용해 상품 특성에 맞는 약관 요약서를 제작하게 된다.

또 소비자 오인 소지가 있는 기존 상품명들이 대폭 정비된다. 무배당 종신보험임에도 ‘연금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으로 표기해 연금보험으로 헷갈리게 만들거나 정기보험임에도 ‘가족사랑보험’으로 상품 종목을 표기해 보장 내용을 소비자가 유추 곤란하게 하는 관행들이 해당된다. ‘용돈 드리는 효보험’은 단순 건강보험인데 상품명만으로는 뭔지 알기 어렵다.

보험상품의 종목, 특징, 보장내용 등에 부합하지 않는 표현이 전면 금지되는 것이다. 보장범위를 과장하거나 보험료가 저렴한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표현들도 금지된다. 실제 최근 보험금 지급을 놓고 갈등을 유발한 암입원비보험과 즉시연금은 모두 약관의 모호한 표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계약에 끼워팔기 금지…약관 사전‧사후 검증제 강화

보험 상품 내용과 무관한 특약 끼워팔기도 금지된다. 암보험에 골절진단비 특약을 끼워 팔거나 운전자보험에 골프 배상책임 특약을 끼워파는 것 등이 이런 패키지 형태의 끼워팔기 사례다. 보험사들은 최근 1년간 가입률이 10% 미만인 특약과 3년간 보험금 지급실적이 없는 특약, 주계약 상품과 무관한 특약을 붙이는 것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실제 가입한 특약만 약관에 추가되는 ‘맞춤형 약관’을 계약자별로 만들어 준다. 기존에는 기본약관과 모든 특약이 나열된 약관을 주는 탓에 오해를 유발하기 쉬웠다. 맞춤형 약관은 비대면 채널에 먼저 적용하고, 대면 채널은 약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보험사의 약관의 사전‧사후 검증 제도도 강화된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상품이 금융당국에 사전 신고없이 판매돼 소비자와의 분쟁과 소송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보험사는 상품개발 단계에서 외부의 법률전문가나 준법감시인, 의료전문가를 통해 리스크를 사전 검증해야 한다. 민원 분쟁 소지를 줄이고, 의학적으로 합당한 보험금 지급·거절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보험 관련 민원은 전 금융권에서도 61.8%라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최근 보험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번 개선방안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면서 보험 관련 민원과 분쟁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발표한 보험약관 개선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내용을 내년 1분기부터 적극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약관개선 실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보험약관의 구성 체계 정비, 용어순화 등 보험약관의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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