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성장률 외부 탓만 하는 한은…정부 눈치보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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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성장률 외부 탓만 하는 한은…정부 눈치보기 급급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10.2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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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미중 무역분쟁이 성장률 발목"…홍남기 부총리와 판박이 해석
국감서도 한은 독립성 논란 도마위…"소득주도성장 평가 외면하고 있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17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각국 대표들과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17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각국 대표들과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성장률의 발목을 잡은 것을 국내 상황은 배제한 채 대외 요인으로만 한정시켜 바라본 것이다. 일각에선 통화당국인 한은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론은 외면한 채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 중인 이 총재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행) 조사국이 미중 무역분쟁이 올해 우리 성장률 0.4%포인트 정도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2.0%와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한국은 2.7% 성장했는데, 미중 무역 분쟁과 반도체 수출 부진 등을 고려하면 IMF의 전망치에 맞아떨어진다는 게 이 총재의 분석이다.

그는 "대중 수출이 26~27%, 미국이 10%, 홍콩을 경유해서 중국까지 가는 것까지 합치면 양국을 상대로 한 숫자가 더욱 커진다"면서 "IMF가 작년 초부터 미중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이라고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미중 무역 분쟁은 한국의 성장률에 부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이) 취한 조치는 상당 기간 갈 것이고 내년까지 영향을 준다"며 "갑자기 좋아지는 게 아니고 내년에도 부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 경제정책의 '입' 역할을 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 총재와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경제성장률 0.4% 하락을 공식화 했다는 점이다. 이 총재와 함께 G20 회의에 참석 중인 홍 부총리는 별도로 기자단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은 IMF와 OECD 전망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IMF와 OECD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와 2.1%다. 지난 7월 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2.4%로 전망한 정부가 석 달 만에 전망치가 0.4% 포인트 낮아진 것을 인정한 셈이다.

홍 부총리가 그동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정부 전망치 미달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성장률 하락을 바라보는 원인은 이 총재와 대동소이했다. 그는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국내 기업의 동력 약화를 꼽았다. 특히 무역갈등과 관련해 IMF가 '동반 성장둔화'라는 용어까지 새로 만들었다며 "세계 90% 이상 국가들이 성장률 하향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날 두 경제 인사가 경제성장률 하락을 동일하게 해석한 것을 두고 비판적 시각이 나온다. 홍 부총리의 경우 경제부처 관료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수긍이 갈 수 있지만, 독립성이 강조돼야 하는 한은의 수장인 이 총재가 자신의 견해를 감추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소주성'으로 일컫는 소득주도성장의 회의론 등 그동안 꾸준히 거론돼 온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득주도성장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생산과 투자, 소비가 동반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근에서야 뒤늦게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과 함께 민간의 투자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의 독립성 논란은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진단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자 '한은이 정부를 보느라 할 말을 못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일 열렸던 국감에서 '정부의 견해와 다른 견해를 표한 적 있냐'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지적을 따갑게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면서 "사실상 정부의 미시정책이라는 것이 경제적 영향 만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서 결정을 한다"는 두루뭉실한 답변으로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은이 발간한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저자의 동의 없이 최저임금 정책의 부작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이날 열린 간담회 도중 "언론 등에서 자꾸 외부 탓을 한다고 하는데, 올해 성장률 둔화는 진짜 대외요인 악화가 큰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미중 무역 분쟁만 없었으면 성장세가 이렇게 낮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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