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 넘은 北 갑질...靑의 전략적 인내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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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 넘은 北 갑질...靑의 전략적 인내 어디까지인가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10.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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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최근 남한을 향한 북한의 비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19일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유사시 함박도를 초토화할 계획을 세웠다’고 발언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을 향해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협박했다. 매체는 이 사령관을 “골수까지 동족 대결에 환장한 대결광신자로서 연평도 해병대 부대장으로 있던 지난 2010년 감히 우리를 건드리고 우리 군대의 불소나기맛을 톡톡히 본 자”라며 “그때로부터 근 10년이 흐른 오늘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른바 초토화 계획이라는 따위의 망발을 줴쳐대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망발에 사로잡히 부나비의 허세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연평도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도발의 주체인 북한의 이 같은 발언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또한 지난 15일 29년 만에 평양에서 개최된 월드컵 남북전도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무응답으로 인해 우리 대표팀은 인터넷·전화 등 기본적인 편의도 제공 받지 못했고 경기도 중계·취재, 응원단도 없이 진행됐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전쟁을 치르고 온 기분”이라며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남북전을 상황을 설명했다. 게다가 당초 경기 영상 DVD를 북한 측이 대표단에게 귀국 전 주겠다고 해 17일 영상 중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북한 선수들의 욕설로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아 이마저도 무산됐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이 났고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는 “한국이 이겼다면 북쪽에선 줄초상이 났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선수들을 희생양 삼고 선수들의 안위는 보장하지도 못한채 북한의 눈치만 보다 경기가 끝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개최 발언을 하며 우리 정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북한의 태도를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하고 있다. 또한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북한이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계속 협의 중이라고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밝혀 북한의 태도에 오히려 저자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아직 이어지고 있고 평양 원정에서 북한 갑질이 목도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매우 우려스러운 현실인식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한쪽에서 전혀 손뼉을 대줄 용의가 없는데 박수소리가 날 리가 만무하다. 북한을 적으로 대하라는 것이 아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되 적어도 노골적으로 우리를 무시했을 때 저자세를 보이며 남북관계 개선을 구걸하는 것이 아닌 유감의 뜻을 전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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