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활성화 ‘헤지펀드’…되레 투자자 갈등만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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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 활성화 ‘헤지펀드’…되레 투자자 갈등만 양산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10.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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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기준 사모펀드 운용자산, 395조원…규제 완화 이후 2배 성장
투자자 제한 둔 미국과 달리 일반 투자 가능해 부작용 초래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금융당국이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기 위해 완화한 헤지펀드 시장이 되레 투자자와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 최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악재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제도 취지와 달리 사모펀드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 운용자산은 395조원으로 규제 완화가 시작된 지난 2015년 10월말 197조원의 2배로 성장했다. 금융 당국은 2015년과 작년 두 차례 큰 폭으로 사모펀드 관련 규제의 빗장을 열었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는 전문투자자형 사모펀드, 이른바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의 최저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기업 지분에 투자해 경영권 참여, 사업·지배 구조 개선 등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사모펀드인 ‘경영참여형’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렸다.

이에 따라 작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연중 투자액(16조4000억원)과 신설 펀드 수(198개)는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09년 127조원에 불과했던 전체 사모펀드 투자액(출자 약정액)은 지난 6월 말 461조원으로 4배 가까이 커졌다. 2014년 248개였던 사모펀드 운용사는 지난해 499개로 급증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글로벌 저금리 속에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준다는 사모펀드로 눈을 돌렸다. 결과는 처참했다.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에서 보듯 일부 고령층에서 가족들의 돈을 끌어모아 1억원을 투자해 원금을 날린 일반인들도 등장했다. 미국에선 사모펀드 투자자 기준을 건당 투자액이 아닌 ‘투자 잔고에 500만달러(약 60억원) 이상 소유한’ 고액 자산가로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나 자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형 사모펀드들이 난립하며 부작용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년 신설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중 설정액 1000억원 이하 소형 비중은 55%였지만 지금은 80% 수준으로 높아졌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라임자산운용은 국내 헤지펀드 1위임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이 몰려들자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실기업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에까지 투자했다. 실제 이 회사가 투자한 코스닥 기업 4~5곳에서 부실이 발생했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수수료 수익에만 집중한 나머지 고위험 파생 상품들을 별다른 심사 없이 마구 판매했다. 해외 금리 연계 DLS가 원금을 까먹을 위험이 있음에도 ‘원금 손실 확률 0%’라는 마케팅 자료를 판매에 활용했다.

사모펀드는 ‘익명성’이 특징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끌어들여 기업의 자금줄로 활용하자는 차원이다. 그래서 경영참여형의 경우 운용사(GP)의 인적 사항 등을 세세하게 금융 당국에 보고한다. 하지만 투자자(LP)에 대해선 개인인지 법인인지 정도만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밀주의가 오히려 투자자와 운용사 간의 유착을 부추길 때도 있다. 조국 사모펀드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투자자가 국민연금 등 기관인 경우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므로 투자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만, 개인 자산가가 투자하는 경우는 감독 사각지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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