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DLF사태, 결국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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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DLF사태, 결국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나나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0.2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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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100% 원금 돌려받을 수 없어요. 이럴 경우 최대가 70%이고, 개인 소송의 경우 변호사 비용이 더 들 테니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게 나을 것입니다.”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피해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100% 원금보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특히 피해 투자자들의 ‘사기판매’ 주장이 무색하게 그는 “은행들은 해피콜이며 서류 싸인 등 고객 확인을 거쳤기 때문에 은행 책임이 100%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DLF 논란은 은행들의 수많은 부실 판매 정황이 드러났지만 사기판매 보다 ‘불완전판매’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DLF 사태와 관련해 중간 검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투자자의 절반가량은 60대 이상 고령자다.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 투자자 비율은 48.4%(1462명, 3464억원), 70대 이상은 21.3%(643명, 1747억원)였다. 60~70대 투자자 비율만 약 70%에 달한 것. 90대 초고령자도 8명(14억원)이나 투자했다. 유사 상품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투자액은 전체의 21.8%를 차지했다.

이날 금감원은 은행들이 자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DLF 상품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만기·수익률 등의 조건을 은행이 정한 뒤 증권사에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을 요청하면 증권사가 해당 상품을 주문 생산했다는 설명이다. DLF를 통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약정수익률 2.02%(6개월 기준)보다 높은 4.93%가량을 수수료로 챙겼다. 

이처럼 은행들이 조직적으로 DLF 판매를 독려하고 내부통제에 소홀했던 것이 확인됐지만 금융위의 행보는 “공짜 점심은 없다. 자기 책임으로 투자하는 것”이라며 은행과 투자자의 공동책임을 강조했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분조위 절차가 다음달부터 진행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금융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피해 투자자들에게 ‘제 식구 감싼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해당 은행들이 잇달아 “분조위 결과 적극 수용”이라고 밝혀, 분조위 결과가 불완전판매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은행들이 생각해 이 같은 입장을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DLF 사태가 사기 판매로 규정되면 최대 100%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나면 최대 50% 수준의 배상비율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높아야 70%라는 게 금융권 내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이번 DLF 사태 핵심은 분조위가 사기판매와 불완전판매 중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다.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달 초에 금감원이 발표한 중간 점검 결과가 이 말의 예시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금감원은 다음달 분쟁조정 절차 착수 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사 결과에만 충실해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옳은 결정을 내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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