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가꾸기가 더 이상 그녀들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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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가꾸기가 더 이상 그녀들만의
  • 김윤정 기자
  • 승인 2005.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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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잡고 있는 ‘메트로 섹슈얼’ 열풍

[매일일보] 여자의 전유물으로만 여겨지던 외모 가꾸기가 더 이상 그녀들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여성 못지않게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가꾸는 남성들, 우리는 이들을 메트로 섹슈얼(예쁜 남성)이라고 부른다.

21세기 신 트렌드로 , 이젠 메트로 섹슈얼 이다. 외모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등장한 메트로 섹슈얼 열풍은 남성 화장품에 이어 패션에까지 폭 넓게 반영된다.

LG생활건강 남성화장품 ‘보닌’은 남성만을 위한 미용강좌를 열었다. 이는 지난 2003년 8월 진행됐던 남성만을 위한 미용강좌에 관심이 쏠리면서 “다시 한번 미용강좌를 해달라”는 남성들의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남성들도 예뻐질 권리가 있다’라는 슬로건 아래 남성 고객을 위한 미용 강좌가 있었다.

 이 행사에 1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당초 10명을 대상으로 계획했던 주최 측의 예상과 달리 남성들의 반응은 휠씬 더 뜨거웠다.

스스로를 가꾸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심지어 얼굴에 화장을 하거나 전문가로부터 손톱관리를 받기도 한다.

강남 한 손톱관리센터의 점심시간에는 잠깐의 틈을 이용해 손톱을 다듬는 직장 남성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손톱을 물에 불린 뒤 깨끗이 정리하고 마사지까지 하는데 보통 30분이 넘게 걸리지만 그것을 귀찮아 하는 내색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5명의 남성이 온다. 이곳을 장기적으로 찾는 정덕남(29)씨는 “이미지상 손에 신경이 많이 쓰이고 악수도 많이 해서 2주일에 한 번 관리를 받는데 이미지 개선에 좋다”며 “저뿐만 아니라 이곳에 오는 남성들은 손질을 받고 난 후 그 모습에 만족을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꽃 미남 열풍이 불면서 남성성의 상징이었던 가슴이나 팔다리에 난 털을 없애려는 남성들도 점점 늘고 있다.

여성포털사이트 팟찌에서 수도권 20∼30대 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남성의 86%가 겨드랑이 털을 깔끔하게 면도하거나 적당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침제에도 불구하고 남성화장품 시장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자기 피부타입에 맞춰 화장품을 꼼꼼히 골라 쓰는 남성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요 백화점의 남성 화장품은 지난해에 비해 10%에서 최고 30%까지 매출이 늘었다.

현대백화점 이은지 화장품 판매과장은 “2000년 이후부터 남성 화장품과 향수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대도시의 고소득 계층이 밀집된 지역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스킨과 로션만으로 한정되었던 남성 화장품은 미백이나 에센스, 아이크림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나와 그 종류만도 30개가 넘고 시장규모도 2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세계적 화장품 및 생활용품 업체들은 여성중심에서 벗어나 남성을 겨낭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생활건강 남성용 화장품 이재선 과장은 “남성화장품으로 인해 연간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외모관리를 필수로 여기는 남성들의 화장품 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트로 섹슈얼’이란 단어는 1994년 영국의 문화비평가 마크 심프슨이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등장했다.

 주요도시에 살면서 자신의 패션과 미용에 관심을 쏟는 21~35세의 남성을 일컬어 ‘메트로 섹슈얼’이라 한다. 이들은 남성이지만 자신의 여성적인 취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생활 속에서 즐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데이비드 배컴이 메트로 섹슈얼의 가장 좋은 전형이라고 말한다. 배컴은 축구경기에서는 거칠고 야성적이지만 손톱에 메니큐어 칠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을 꾸미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가끔 아내의 속옷을 입기도 한다”고 충격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머리스타일과 패션 차림으로 경기장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세계 남성들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양에서 묘사하는 메트로 섹슈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이른바 ‘꽃미남’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90년대 초부터 여자처럼 곱상한 외모의 꽃미남이 등장하더니 최근 메트로 섹슈얼이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새로운 남성상으로 부각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유럽 최대 광고대행사 ‘유로 RSCG 월드와이드’는 지난 ‘2004년 10대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영국과 미국의 21~48세 남성 2천여명을 대상으로 성 역할 등에 대한 조사한 결과, 응자의 70%가 자신을 ‘원만하다’, ‘자상하다’, ‘개방적이다’라고 표현했다.

처음에는 메트로 섹슈얼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RSCG’에 따르면 메트로 섹슈얼은 빠른 속도로 미래의 전형적인 남성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왜일까?

우선 메트로 섹슈얼에 대한 남성들의 선호를 들 수 있다. 메트로 섹슈얼은 자신의 여성상에 대해 개방적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려 한다.

이러한 양성에 대한 포용성 있는 태도는 1990년대 이후 남성의 감성적인 측면, 직업영역, 일하는 방식 등에서 사회의 기준점이 달라지고 가치관이 다양해지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여성들 또한 메트로 섹슈얼을 선호한다. 올해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라는 책을 낸 최재천 서울대 사회생물학 교수는 “여성들은 원래 남성미도 있으면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며 아이를 함께 기를 수 있는 좀 더 감성적인 남성을 원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이 그동안 강한 남성을 원했던 것은 “단지 남성중심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남성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는 변했고 여성 스스로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근육맨을 선택할 필요는 없어졌다.

메트로 섹슈얼에 대한 사회의 선호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에서도 자신을 꾸밀 줄 아는 남성들을 원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하거나 피부 관리실을 다니는 남성들이 늘어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외모뿐 아니라 사회는 점점 남성적 공격성보다 여성적 친화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제 단순히 강한 남성이 멋지게 보이던 시대는 갔다.  

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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