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드] ‘분양가상한제’라는 좋은 핑곗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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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드] ‘분양가상한제’라는 좋은 핑곗거리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0.17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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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6개월 유예 발표 후 관리처분인가 받은 곳곳서 공사비 줄다리기
상한제 피하려면 내년 4월까지 일반분양 해야…시공사 요구대로 조합 끌려다녀
2017년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현재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둔촌주공 아파트. 사진=현대건설 제공
2017년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현재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둔촌주공 아파트. 사진=현대건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유예하는 보완 방안을 발표하자 시공사가 갑자기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이네요”

서울 지역 한 정비사업 조합원에게 사업 진행 상황을 묻자 한숨과 함께 돌아온 답이다. 시공사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면 내년 4월 말까지 일반분양을 위한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야 한다"며 조합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탓에 조합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안을 받아들여야 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일반 분양가가 떨어지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조합원 입장에서는 기대이익이 줄고 내야 할 부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런 식으로 공사비를 올리려는 시공사가 속속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상승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분양가상한제를 빌미로 최대한 공사비를 인상하려는 꼼수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시공사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려면 이주와 철거, 착공, 분양보증을 모두 맞춰야 한다. 유예 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으로 고려하면 사실상 이주를 완료하기에도 빠듯하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단지는 3개월, 대규모 단지는 6개월의 이주 기간이 주어지지만 이 기간 내 이주가 완료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주 후 진행될 사업 기간을 합하면 통상 1년~2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실제로 내달 일반에 분양될 예정인 ‘반포우성’과 ‘구마을2지구’ 재건축 단지는 각각 2017년 11월, 2018년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렇다 보니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60곳 중 분양가 상한제를 비껴갈 수 있는 사업장은 극히 적어 보인다.

이미 이주를 완료했거나 기존 주택 철거를 시작한 둔촌주공, 개포주공1·4단지, 미성·크로바, 우성1차 신반포3차·경남, 흑석3구역 등 손에 꼽힐 정도다. 시공사의 과도한 겁 주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셈이다.

정비 업계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애초 일반 조합원은 전문성이 부족해 공사비 증액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곤란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라는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막연한 불안감에 현혹되지 말고 공사비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향후 분쟁 소지가 없다”며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시공사와의 분쟁이 길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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