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태풍으로 자동차보험 적자폭 확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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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태풍으로 자동차보험 적자폭 확대 ‘시름’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10.14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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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준 손해율 평균 97.4%…태풍으로 9월 100% 넘을 전망
겨울 계절적 요인으로 더 악화 불가피…추가 보험료 인상론 대두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강릉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3일 물바다가 된 오죽헌 앞 도로에서 침수된 차들이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강릉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3일 물바다가 된 오죽헌 앞 도로에서 침수된 차들이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올해 가을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손해율이 100%를 넘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20년간 만성 적자 상태인 자동차보험에 대한 보험료 인상은 물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동안 발생한 태풍 ‘링링’, ‘타파’, ‘미탁’ 등 세 태풍으로 접수된 자동차 피해 건수는 5788건으로 이로 인한 손해액은 188억9300만원에 달한다. 링링은 약 69억4800만원, 타파가 10억300만원, 미탁이 109억42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

여기에 이달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동해안 지방에 강풍과 풍랑을 일으켜 다시 한 번 피해를 일으켰다. 또 10월에만 최대 7개의 태풍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매미, 볼라벤 등 강력했던 태풍들은 가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 한 두 달 사이에 4번 이상의 태풍이 몰아진 것은 올해 3분기가 처음이다.

9월 자동차보험의 전망은 한층 어둡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 손해율이 평균 10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통상 장마와 폭염 등으로 여름에 가장 높아지는 경향이었지만 올해는 비교적 큰 피해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뒤늦게 몰려온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3분기 손해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관측이다.

이미 손해보험사 9곳의 지난 8월 손해율 평균은 97.4%로 100%에 가까운 상황이다. 보험사별로는 삼성화재 92.6%, 현대해상 95.4%, DB손해보험 92.3%, KB손해보험 93.0% 등 일제히 90%를 넘었다. 중소형사의 경우 메리츠화재 87.4%, 한화손보 96.7%, 롯데손해보험 99.8%, 더케이손해보험 101.8%, MG손해보험은 117.8% 등을 기록했다.

손해율이 적정 손해율인 75%를 밑도는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지급한 보험금을 비교한 비율로 75~77%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적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겨울철 한파, 폭설. 도로 결빙 사고 등이 예상돼 4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다시 치솟을 수밖에 없어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매해 4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악화하는 시기다. 지난해 4분기 주요 5곳 손보사의 손해율은 95.4%로 적자액이 약 5000억원에 달했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은 수년간 보험료 인상폭이 억제돼 적자가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진료‧정비수가, 임금 등 보험원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다 차량 수리비 증가로 물적담보 손해율이 해마다 치솟으면서 2000년 이후로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적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올해 육체노동 정년도 65세로 상향된 것도 인상 요인이다.

이에 손해율 개선은 보험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현재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장기보험 등 다른 보험상품의 이익으로 메우고 있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의 부실 위험이 다른 상품으로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거세지는 이유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최근 경상환자의 한방진료비가 급증해 손해율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지만 과잉진료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세부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을 제정하면 과잉진료 기준이 마련되지만 현재는 관련 법 근거가 없다. 국토교통부가 심평원에 지침 설정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 카드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100%가 높은 손해율을 근거로 올해 또는 내년 초 보험료를 한 차례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료가 인상되면 손해율이 하향되는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이례적으로 한 해에 두 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태풍 등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상쇄되지 않았다”며 “자동차보험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내부 논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매년 쌓이는 적자 폭에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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