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 눈치보는 '앵무새'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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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눈치보는 '앵무새' 경찰
  • 정치부
  • 승인 2009.04.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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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관련 유력인사 "확인해 줄 수 없다" 반복

[매일일보] 고 장자연씨(30)가 자살한지 38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모 언론사대표 등 유력인사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란 말만 반복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씨 전 매니저 유장호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30)를 무려 4차례에 걸쳐 소환조사를 벌인 뒤 "죄질이 나쁘다"며 '법관'마냥 행동하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언론사 대표들로 알려진 수사대상자 3명에 대한 조사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일주일이 넘도록 "확인해 줄 수 없다"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대상자 3명중 2명을 조사했다는 내용의 모 언론사 보도에 대한 질문에도 "확인해 준 적 없다"고 말했고, 현직 모 은행장이 일본에 체류중인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40)와 부적절한 커넥션이 있었다는 모 언론사 보도에 대해서도 "우리가 수사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하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경찰은 또 수사대상자 중 부적절행위자로 알려진 온·오프라인 매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했냐는 질문에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으며, 중간수사발표일이 언제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물어보면 대답하겠냐"며 구체적인 중간발표 일정에 대해서 언급자체를 꺼려했다.

사정이 이렇자 언론사 대표들로 알려진 나머지 3명에 대한 조사를 미루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수사 초기인 지난 달 16일 브리핑까지만 해도 "경찰은 문서를 누가 작성했는 지와 누가 유출했는지, 문서 내용의 진위여부와 함께 반드시 그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말하는 등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그러나 소위 '권력층'이 개입되자 발을 뒤로 쏙 빼는 형국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이번 수사는 어려운 수사"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씨가 자살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던 경찰은 이렇다할 수사성과 없이 "확인해 줄 수 없다"란 말만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앞서 12일 조선일보의 검찰 고발과 관련, "국민 각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저에게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행사했고 입 다물라는 으름장에 오그라들지 않았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자사의 임원을 언급한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를 들어 검찰에 고발한데 대해 "명예훼손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죽은 권력,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박연차 리스트 수사는 실시간 중계되는데 살아있는 권력, 조선일보를 겨냥하는 장자연 리스트 수사는 짙은 안개 속에 싸여 있다"며 "무책임한 경찰의 태도를 짚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강희락 경찰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놓고 여야간 공방을 벌였는데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경찰이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늑장 수사'를 하고 있다며 질타했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장자연 리스트에는 언론사 대표 뿐만 아니라 모 은행장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지금까지 수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같은 당 강기정 의원도 "(경찰이) 리스트에 관련된 9명 중 6명에 대해 모처에서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왜 공개수사를 하지 않느냐"며 "왜 비공개, 봐주기, 거북이 수사를 하고 있는지 다른 수사와의 형평성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각장애인을 속칭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기업형 안마시술소를 운영해 오던 전직경찰 등 업주 2명이 적발, 경찰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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