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산업정책] “국적사만 11곳”…韓 항공, 시장 재편 가능성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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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산업정책] “국적사만 11곳”…韓 항공, 시장 재편 가능성 ‘솔솔’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10.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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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신규 업체 3개사에 면허 승인…FSC 2개·LCC 9개로 늘어
올해 항공산업 정체…日 불매운동까지 겹쳐 공급과잉에 따른 과당경쟁 우려
수년간 잇달아 도산한 유럽 항공사처럼 국내서도 구조조정 가능성 제기
여행객들로 붐비는 인천공항 터미널 출국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행객들로 붐비는 인천공항 터미널 출국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최근 유럽 항공사들이 공급과잉 문제로 잇달아 파산하면서 국내 항공시장에도 시장 재편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역시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말부터 신규 항공사 3개사가 순차적으로 취항하면 국적 항공사만 모두 11개로 증가해 이에 따른 과당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영국의 항공 정보 제공업체 OAG(Official Airline Guide)에 따르면 유럽 지역 항공사 수는 2014년 196개사에서 2018년 223개사까지 증가한 후, 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25개사가 사라지면서 9월 기준 198개사까지 감소했다.

실제로 올 들어 유럽연합(EU)에선 독일 게르마니아 항공과 아이슬란드 와우항공, 영국 토마스 쿡 항공, 프랑스 에이글 아주르, XL 에어웨이즈 등이 연이어 파산했다. 이에 앞서 2017년엔 유럽 제3의 저비용항공사(LCC) 에어 베를린이 파산했고, 지난해에도 5개 LCC들이 문을 닫았다.

수년간 이어진 유럽 항공업계의 파산은 공급과잉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4년 이후 유럽의 연평균 공급 성장률이 연평균 6.2%씩 성장 했으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동기간 여객수송 성장률은 연평균 5.6% 수준으로 공급 증가율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성장률을 상회하는 공급 증가율이 이어지면서 경쟁 심화에 따른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국내 항공업계의 시장 재편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최근 일본 불매운동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국적항공사 8개사의 국제선 공급좌석 증가율은 22%에 달했지만 전체 국제선 여객수 증가율은 18% 선에 그쳤다.

여기에 신규 LCC 3사(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가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신규 취항에 나서면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취항 초반 일본, 베트남 등 단거리 노선 운항이 불가피해 공급과잉에 따른 과당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신규 업체 3곳에 항공 면허를 발급하면서 국내 LCC만 9개에 달하게 됐다. 이는 미국의 LCC 숫자와 같아지게 되는 셈”이라며 “LCC간 경쟁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출혈경쟁으로 인한 업계의 구조조정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운항중인 8개사(FSC 2개사·LCC 6개사) 만으로도 단위 인구 및 단위 면적 대비 과도한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시장 진입은 공급 과잉 및 경쟁 심화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구조적인 출국 수요 성장이 시장을 지탱하던 과거와는 달리, 업황이 악화된 현재 상황에서의 추가 경쟁은 항공사 실적 부진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만간 국내 항공업계의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두운 중·장기적 수요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가 심화되면서 항공여행 인구(Flying age·15~64세)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항공수요 증가세를 주도한 주요 경제활동인구(25~49세) 역시 감소세가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을 기점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떨어지는 LCC들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국내 LCC 6곳은 2분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3·4분기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이달부터 3개월 순환 무급 휴직을 시행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시장의 재편은 더 이상 해외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면서 “여객 수요가 올 들어 이미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과 조인트벤처(JV), 항공사 지분 인수를 통한 항공사 간의 협력 및 노선 포트폴리오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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