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한 해 농사 마무리 앞두고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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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한 해 농사 마무리 앞두고 ‘우울’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0.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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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사태·채용비리·노사갈등·행장 공석 등 악재 겹쳐
(왼쪽부터)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모습. 사진=각 사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은행권이 각종 사건·사고들로 어수선한 하반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8월에 시작된 ‘DLF 사태’는 논란이 사그라지기는커녕 금융사 경영진 책임론까지 대두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채용비리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며, 일부 은행의 경우 은행장 공석 및 노사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S·DLF) 사태와 관련해 해당 금융사들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학영 의원의 “DLF 사태는 일선 창구의 판매직원이나 실무자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은행장이나 임원도 책임을 져야할 문제”라는 지적에 “재발방지를 위해선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7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 영세가맹점 지원방안’ 간담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을 밑에 있는 사람에게만 묻고 윗사람에게 묻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책임이 있는데 꼬리 자르듯 밑에 사람만 책임을 지면 억울한 일이다”며 “경영진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KPI(핵심성과지표) 때문에 직원이 적극적으로 한 것인지 그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LS는 금리·환율·원자재 등 투자 자산이 투자 기간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고,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보는 구조의 금융 상품이다. DLF는 DLS를 담은 펀드로 올해 초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최근 세계적인 시장 금리 하락 여파로 손실률이 46.1~98.1%에 달하면서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원은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DLF 투자자, 법무법인 로고스와 함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법인, 담당 프라이빗뱅커(PB)를 상대로 원금 등 모두 2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은 1건으로 청구액 4억원이며, KEB하나은행 3건으로 청구액 16억원이다. 이밖에 일부 피해 투자자들은 해당 영업점의 PB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불거진 채용비리 문제로 여전히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 11명은 2013년~2016년 중 외부 청탁 지원자 및 신한은행 임원·부서장의 자녀 명단 채용 특혜 제공 및 채용자 남녀 성비 인위적 조작, 채용 관련 서류를 폐기 및 허위 작성 등 업무방해죄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7월부터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과 KB금융타워 앞에서 주 52시간 시행을 빌미로 시간외수당을 미지급 한다는 주장이 담긴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연장근로 12시간을 제외한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 지점에 ‘오전 9시 출근’과 ‘오후 6시 퇴근’을 준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부서는 물론 영업점에서는 시간 외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KEB하나은행은 ‘보로금 지급’ 문제로 노사가 대치하고 있다. 그간 KEB하나은행 노조는 ‘특별보로금 지급’과 ‘승진인사 실시’를 요구하며 지난 7월 31일부터 서울 을지로 본점 로비 1층에서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3일에는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수도권 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사측에 ‘특별보로금 지급’과 ‘승진인사 실시’ 등 합의사항을 이행을 촉구했다.

KB국민은행의 시간외수당 미지급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KB국민은행 안팎의 시각이다. 시간외 수당을 제대로 청구하지 못했다는 직원들의 주장이 필요하지만, 부장 또는 지점장의 눈치로 선뜻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입증이 쉽지 않아서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연내 해결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진용 KEB하나은행 공동노조위원장이 지난 4일 노조에게 사측과 노조가 타협이 되는 선 안에서 합의를 보겠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이밖에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달 째 공석이다. 현재 유력후보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꼽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제3의 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차기 행장 임명 시점은 수은의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24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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