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패권경쟁] 국내 배터리 업계는 ‘집안싸움’…“소송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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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패권경쟁] 국내 배터리 업계는 ‘집안싸움’…“소송전 격화”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10.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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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위 업체의 시장 선점 정책, ‘규모의 경제’ 달성이 최우선 목표
올해 기점 기가팩토리급 대기업 잇따라 출현, 인력 및 기술력 확보가 과제
‘집안싸움’ 패배 시 시장 퇴출, 빈자리는 中日 기업 차지 가능성 높아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왼쪽)과 SK이노 김준 사장. 사진=각 사 제공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왼쪽)과 SK이노 김준 사장.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전기차 배터리가 글로벌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은 2020년이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올해가 전기차 시대를 시작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은 올해 조 단위 투자를 통한 시장선점에 나서며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1~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CATL과 BYD, 일본의 파나소닉과 함께 세계 10위권 내에 포진한 국내 배터리 3사도 전세계 시장에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섰다.

배터리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기존 업체의 선투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등 후발주자의 진입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신생 기업이 배터리 시장에 진입해 자리를 잡기까지 최소 7년에서 10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미국의 GM이나 테슬라, 유럽의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업체가 쉽게 진입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 수요를 빌미로 기존 배터리 업체와 합종연횡을 통한 합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존 상위 업체가 배터리 시장의 80% 이상을 과점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특허 등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업체를 비롯해 기가팩토리(GWh)급 대규모 최첨단 생산설비를 갖춘 업체들이 탄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급성장 중인만큼 기술력과 인력 확보가 각 업체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 간 소송전이 벌어지며, 원래 목적한 바를 넘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경쟁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30일 LG화학이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소송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력 빼가기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셀과 모듈을 비롯해 팩, 부품, 제조 공정 등에 대한 특허소송을 걸면서 확전됐다. 여기에 LG화학 역시 특허침해 소송을 걸며 맞불을 놓았다.

ITC는 특허침해 판결을 내리면 수입배제 등 금지명령을 통해 침해 품목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 패배는 곧 미국 시장에서의 퇴출과 이에 따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연쇄적인 상실효과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정부의 중재 노력마저 뒤로 하고 대화보다 칼을 겨누는 형국이어서 결과에 따라 양측 모두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쪽의 손실이 곧 다른 한쪽의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일본 등 배터리 업체가 어부지리로 대체에 나설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업체 간 소모전이 이어지는 중에도, 국내 인력이 중국과 유럽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넘어가고 있어 전문 인력과 기술 유출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배터리 부문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가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시장 선점과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소송전 여파로 해외 진출이 막힐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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