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대형 평수…현금부자만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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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대형 평수…현금부자만의 전쟁
  • 전기룡 기자
  • 승인 2019.10.07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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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115~125㎡ 일반분양 40%가 무주택자분
‘개포주공1·4단지’도 102~218㎡ 중 무주택자 몫 80여가구 전망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전기룡 기자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일부 물량이 무주택자에게 배정되는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형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여력이 풍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현금부자가 운신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712-3번지 일대에 공급하는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는 이달 초 138가구 모집에 8975명이 몰리면서 평균 65.04대 1로 마감됐다.

눈에 띄는 점은 전용 85㎡를 초과하는 대형 면적에 청약통장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용 115㎡형에는 4가구 모집에 1809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이 452.25대 1에 달했다. 3가구씩 공급한 전용 125㎡A와 125㎡B도 각각 209.33대 1, 119.6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115㎡형의 분양가는 20억6600만~21억7500만원에 달한다. 전용면적 125㎡A·B형의 분양가도 21억8000만~23억3500만원에 이른다. 두 주택형 모두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집단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그간 내 집 마련에 큰 뜻이 없었던 현금 부자가 청약에 적극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예고된 데다 금리 인하 등의 이슈를 겪으면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보다 늦기 전에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실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8조’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되는 전용 85㎡ 초과 민영주택의 경우 50%가 추첨제 방식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그러면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의 전용 115㎡형은 2가구가, 125㎡A·B형은 각 1가구가 추첨제 대상이다.

여기서 추첨 물량의 75%(소수점 이하 올림)는 무주택자에게 배정된다. 전용 115㎡형 추첨물량(2가구)의 75%는 1.5가구여서 올림을 하면 추첨물량 전체(2가구)가 무주택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전용 125㎡A·B형도 각각 1가구가 무주택자 몫이다. 즉 현금 여력이 있었지만 내 집 마련을 하지 않았던 4명이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청약에서 당첨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6개월의 유예기간으로 분양 기대감이 높아진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4단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연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에서는 △145㎡형 61가구 △168㎡형 67가구 △218㎡형 1가구, ‘개포주공4단지’에서는 △102㎡ 18가구 △109㎡ 30가구 △132㎡ 14가구 △148㎡ 23가구 △208㎡ 2가구의 일반분양이 계획돼 있다.

강남권에서 흔치 않은 대형 면적이지만 추첨 물량(100여가구) 중 무주택자분이 80여가구다. 대형 면적에서 현금부자 무주택자 간의 경쟁이 예고되는 이유다.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에서 만났었던 한 예비수요자는 “강남권에서 오랜만에 추첨제가 가능한 대형 평수가 나왔지만 10가구 중 4가구가 무주택자를 위한 것이기에 허탈함이 크다”면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다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는다는 의미의 은어)까지 해야하는 상황인데 무주택자 현금부자만 손 쉽게 내 집 마련을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부자’라고 정의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부동산 투자를 늘려가는 추세다. ‘2019년 KB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부동산 자산 비율은 53.7%다. 이는 전년(53.3%)보다 0.0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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