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에 모방을 더한 가정간편식… 생존 키워드는 ‘전략적 접근’
상태바
모방에 모방을 더한 가정간편식… 생존 키워드는 ‘전략적 접근’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10.07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계 전문가 “미투 상품 법적으로 제지 못해” 지적
HMR 성공 포인트 ‘맛·플레이팅·소비자커뮤니케이션’
한 주부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고양 행신2점에서 가정간편식(HMR) 상품들을 고르고 있다.사진=홈플러스 제공
한 주부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고양 행신2점에서 가정간편식(HMR) 상품들을 고르고 있다.사진=홈플러스 제공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주거형태의 변화와 함께 가정간편식(HMR)이 현대인들의 주식(主食)으로 떠오르면서 전략적 제품 출시의 필요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가정간편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어서다. 소비자 수요에 맞춘 공급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업계 모두가 끄덕이는 바이지만, 쉽게 편승한 만큼 빠르게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가정간편식은 선발 업체가 독보적 신제품을 내놓으면 후발업체들이 ‘미투 제품’(모방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방식이 주를 이뤄왔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MR의 경우 지난해 기준 규모가 약 4조원으로 추산된다. 2010년부터 연평균 23%씩 성장했으며 올해는 전년 대비 25% 성장한 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대 본격적으로 가공식품 업체들이 HMR 시장에 하나 둘 뛰어들면서 다양한 간편식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2015년 이후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 제품까지 등장하며 HMR 시장은 연간 30% 이상 성장하기 시작했다. 관련 업계서는 향후 성장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 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가정간편식은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과 찌개는 물론 이제는 전자레인지 한 번에 생선구이와 같은 수산물까지 별도의 번거로운 과정 없이 척척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최근에는 유명 셰프의 요리법을 담은 ‘밀키트’(반조리식)는 물론 연어, 스테이크, 랍스터 등을 활용한 별미에 해외 유명 음식까지 HMR은 점차 다양화·프리미엄화 돼가는 모습이다.

특히 ‘간편식=인스턴트’라는 선입견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간 국과 탕을 선호하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에도 불구하고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집밥 콘셉트’를 내세운 가정식을 잇따라 선보이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육개장의 경우에는 원물 고기부터 피 빼기 작업을 거쳐 오랜 시간 삶아 육수를 우려내고 삶은 고기를 직접 손으로 찢는 작업을 거쳐 만드는 것을 무기로 삼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가정간편식의 성장이 지속 확장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사상품이 난립하고 있어서다. 업체 간의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져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 비용이 부족한 업체의 경우 도태되기 십상이라는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한동안 업계에서는 HMR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공장을 증설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왔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품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미투상품을 법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서 “어떤 업체의 경우에는 연구개발비를 무리하게 투자하느니 유사상품만 개발해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유사상품이 매일 쏟아지다 보니 소비자들도 맛과 가격적인 면에서 비교를 하게 되고 마음에 차지 않은 제품의 경우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면서 “요즘 유행처럼 무조건적으로 프리미엄화를 추구해서도 안 되고 전략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해 제품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식품연구원 HMR팀 팀장은 “HMR의 최근 생존 키워드는 맛, 플레이팅, 소비자커뮤니케이션이다”면서 “특히 소비자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다. 누구나 간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하는 만큼 많은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맛있다’라고 생각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맛은 기본이고 물류 용이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포장의 한계가 발생한다”면서 “요리는 시각적 만족도 역시 맛 못지않게 중요한데 HMR은 ‘담음새(플레이팅)’가 다소 부족한 게 약점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