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지난 1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시행령 시행 후 6개월 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기존 투기과열지구 지정 방식 대신 동 단위로 핀셋 규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분양가 상한제 관련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고 실제 적용 시기나 지역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관리처분인가 단계의 재건축·재개발 단지에도 예외없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던 정부는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정책 후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관련 시행령 개정 즉시 적용되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6개월 유예하는 등의 보완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예고 이후 공급 위축 우려가 불거지면서 신축 아파트를 필두로 서울 전역 집값이 상승세를 보인 것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 이후 서울 집값이 반등하고 서울 한강변 신축 아파트 가격이 3.3㎡당 1억원에 근접하는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몸값이 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긴 했지만 서울지역 유예 대상인 61개 단지 중 유예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단지는 소수에 그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분양가 상한제의 본격 시행 이후 정비사업 위축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불거질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상승 불씨도 여전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분양가 상한제를 비롯해 너무 잦은 규제책 발표는 정부가 기대하는 집값 안정보다는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정부가 잦은 규제를 내놓으면서 시장도 내성이 생기고 강화되면서 점점 약발이 통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규제책을 내놓아도 수요자들은 기어코 빈틈을 찾아 내, 당초 기대했던 시장의 흐름과는 다른 흐름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정책의 경우 시점도 논란거리이다. 이달 말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마치면 유예기간은 내년 4월 말까지여서, 내년 총선을 의식한 민심 달래기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분양가 상한제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우려돼 시행에 신중해야 하는 정책이다. 그간의 규제책에도 집값은 어김없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더이상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보다 주도면밀하게 살피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 정책을 펴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