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먼저 아베에게 한일관계 묻고 일본 입장 경청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간 3자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며 다시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백악관, 한일 문제 보도자료에 명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결과에 대해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양 정상이 이란 및 북한 관련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양자 현안을 논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한미일 간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미일 간 긴밀한 우정과 중추적 동맹을 재확인했으며 양국 간 협력을 계속해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앞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유감을 나타낸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국 정부 결정에 실망했다. 양국이 다시 대화하고 양국 관계를 회복하길 촉구한다”고 말했고,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표한다”고 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인사가 익명을 통해 강도 높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 측이 불만 표시를 자제해 줄 것을 미측에 요청했고, 한동안 소강상태에 빠져드는 듯했다. 청와대는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틀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지소미아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며 한미 동맹에 균열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한일 관계 먼저 묻고 아베 말 경청
하지만 이후 전개된 상황은 청와대의 설명과는 달랐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는 미일 정상회담 직전 서울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그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에 우려를 주는 결정”이라며 “번복되길 바란다”고 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한일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NHK에 따르면, 일본 총리 관저 측은 “한일 관계에 대해 최초로 이야기를 꺼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며 “일본과 한국이 끌어안고 있는 과제에 대해 아베 총리가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을 확실하게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아베, 미일 정상회담 직후 다시 한국에 공세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자신감을 얻은 듯 회담 직후 한국에 대한 공세를 재개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수행기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전후 처리의 근본을 정한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나라와 나라 간의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을 통해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며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수출관리와 징용공 문제는 전혀 별개”라고 했고,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한일 관계가 안보 분야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한국의 일방적인 파기 통보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