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권 가짜뉴스와의 전쟁 번지수 헛짚었다
상태바
[기자수첩] 여권 가짜뉴스와의 전쟁 번지수 헛짚었다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9.25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최근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여러 의혹들 중 일부는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LA리치몬트 산후조리원에서 원정출산을 했다는 의혹, 김을동 전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의 며느리인 정승연 판사(배우 송일국의 부인)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루머 등은 한동안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실검)'에 올랐지만, 뒤늦게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나 원내대표의 원정출산설의 경우 적어도 리치몬트 산후조리원 개원일(2000년)이 나 원내대표의 출산(1997년)보다 늦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정 판사가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법원 발표가 있었다. 덧붙이자면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길어진 이유도 검찰 직원들이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짜장면을 먹으면서 압수수색을 진행해서가 아닌, 검찰이 법원에 두 차례 추가 영장을 발부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들은 취재를 통해 자신이 듣고, 보고, 확인한 내용을 기사화해 기자들의 '헌법상 권리'인 '언론 자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만약 취재가 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지라시를 기사화한다면 기자들도 언론중재위원회를 시작으로 법원 등에 끌려다니면서 그 대가를 치른다. 그러니 기자들을 겨냥한 가짜뉴스 비난은 사실상 자기검열의 강요이자 기자 입막음의 성격이 강하다. 오히려 가짜뉴스가 판치는 곳은 '실검'이라는 이름의 신종 언론이다. 이 검증되지 않은 신종 언론은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며 언론조작을 공공연히 저지른다. 게다가 집단의 힘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부작용까지 빈번하지만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렇기에 이곳의 생태를 아는 기자는 요즘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것들을 최대한 배체한 채 기사를 작성하려 노력한다. 대부분 사실확인이 안된 이른바 지라시일 확률이 높다는 불신이 최근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털 뉴스의 일반 독자들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뜨는 순간 '사실'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자의 취재로 이루어지는 '진짜뉴스'와 달리 포털 순위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진짜 뉴스'의 공신력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경우다. 그 과정에서 일정한 목적을 가진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힘내세요', '가짜뉴스 아웃' 등이 실검어에 뜬 것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특정 목적을 가지고 상대편에 '무고한 불명예'를 뒤집어씌우는 물타기도 시도하기도 한다. 심지어 법조인 출신이 적지 않은 여야 정치권에서도 가짜뉴스를 이용한 공세가 끊임없이 벌어진다.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 당의 공식 논평이 나오는 방식이다. 실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을 보자하니 언론의 역할이 무너져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이는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했을 때보다 더 큰 위협이다. 기자든 정치권이든 일반인이든 실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올바른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현명함이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