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몽니?…인터넷은행 ‘흥행’ 보다 ‘원칙’ 인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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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의 몽니?…인터넷은행 ‘흥행’ 보다 ‘원칙’ 인가 절실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9.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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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소소스마트뱅크준비단 등 인가 ‘적신호’
바젤Ⅲ‧회계기준 등 부채성 자본 분류는 부채
“인터넷은행 흥행 저조에도 원칙 심사 필요”
30일부터 인터넷은행 사전 컨설팅 진행 예정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내달 10일 시작되면서 경쟁이 본궤도에 오른다. 유력 후보인 토스는 주주와 자본 구성에 문제가 있고, 소소스마트뱅크 준비단은 인가 조건을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력 ICT업체인 네이버는 불참을 선언했다. 인터넷은행이 흥행에 실패해도 원칙을 지켜 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을 위해 내달 10일부터 15일까지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신청이 마감되면 금융감독원과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오는 12월 금융위가 예비인가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 본인가를 받으면 내년 상반기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토스‧소소스마트뱅크 ‘자본 안정성’ 난제…네이버, 진출 계획無

토스는 지난 5월 자본 안정성이 부족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탈락했을 때와 자본 구성이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토스는 1차 신청시 비바리퍼브리카가 전체 지분의 60.8%를 차지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외국계 벤처캐피탈(VC)인 주주 구성안을 제출해 자본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스의 300억원 자본금 중 상환전환우선주 규모가 상당해 투자자들이 차익만 실현하고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토스의 자본에는 신주인수권부 사채가 포함돼 있다.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기업에게 사채를 빌려줄 때 특정한 가격에 발행사의 주식을 인수받을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어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주로 사용하는 자본조달 방식이다. 토스는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자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하면 이를 즉시 돌려줘야 해 자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예비인가 도전을 공식화한 소상공인연합 주도의 소소스마트뱅크 준비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소스마트뱅크 준비단은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모델을 갖춘 인터넷은행을 만든다는 구상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이 인터넷은행의 최소자본금 250억원을 준비하더라도 초기 지속 가능한 영업을 위해서는 2000억원대의 자본 조달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유력 ICT업체인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은행에 진출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예정이지만 국내에서는 금융권 중에서도 규제 강도가 가장 높은 은행업에는 진출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곳 인가 방침 회의론…“실적 보다는 원칙심사 필요“

흥행 실패 조짐을 보이면서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흥행과 최대 2곳 인가 방침이라는 실적에 조급해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주주 구성과 자본 안정성, 도덕성 등의 부분을 엄격히 심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은행업의 경우 자본 안정성은 예금자 보호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바젤Ⅲ에서 신주인수건부 사채 등의 부채성 자본은 부채로 분류되는데 출범 전부터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기준 이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예비인가를 받는 인터넷은행은 2022년까지 바젤Ⅲ 적용이 유예되지만 2023~2025년은 단계적으로 적용받고 2026년부터는 전면 적용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토스와 금감원이 증권사 예비인가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는데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부채로 봐야 한다는 금감원의 원칙이 옳다”며 “비상장 금융사도 IFRS를 적용받는데 토스만 이를 자본으로 인정해준다면 금융권 원칙이 흔들릴 것이고, 한번 문제가 터지면 치명적인 금융업의 특성상 자본의 성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금융당국이 역할이기 때문에 흥행을 못하게 한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후보들을 대상으로 사전 종합 컨설팅에 나선다. 인터넷 인가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고 신청 희망 기업의 준비상황을 체계적으로 점검·지원한다는 취지다. 컨설팅은 신규인가 희망 기업들의 공식적 신청을 받아 1사당 1일씩 진행하되 기업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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