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길 잃은 중도층, 정치권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상태바
[기자수첩] 길 잃은 중도층, 정치권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9.22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지만 앞으로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내년 총선이나 대선이 돼도 뽑고 싶은 사람이나 정당이 없네요” 지난 추석 연휴기간 경기 지역에서 인터뷰를 하며 확인했던 민심이었다. 자신의 기존 정치성향을 ‘중도층’으로 꼽았던 이들은 앞으로도 지지하고 싶은 정당이나 정치 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정치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중도층(무당층)이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중간 지대에 머무르는 집단이다. 기자의 주변에는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칭하면서도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여권과 문 대통령에 힘을 실었던 경향이 적지 않았다. 중도층이 그간 여권의 주된 지지기반으로 꼽혀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중도층의 이반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연이어 나와 여권의 긴장감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 조사결과(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당층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22%만이 긍정평가 한 반면 부정평가는 61%를 기록했다.

특히 ‘조국 논란’이 이어진 후 피로감을 느낀 듯 무당층의 비율도 급격히 증가했다. 여론조사기관 칸타코리아가 SBS 의뢰로 지난 9~11일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1.1%, 한국당은 18.8%를 얻으며 동시 하락한 반면 무당층은 무려 38.5%를 기록했다. ‘갈 곳을 잃은’ 유권자들이 국민 10명 중 4명이나 된다는 결과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바른미래당에는 ‘미래’가 없다.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고, 자유한국당에는 ‘자유’가 없다”며 “그래서 무당층이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야권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무당층이 증가한 것을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이탈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화된 ‘조국 사태’로 이탈한 지지층이 야당에게 반사효과를 주거나 힘을 실어주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대다수다. 내년 총선에서 무당층이 승패를 좌우할 유권자 층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여당과 야당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정치권에 중요한 숙제가 주어졌지만 뚜렷한 전략이나 해법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보수야당에서는 ‘릴레이 삭발’을 이어가며 공천용이냐는 지적을 받는가 하면 집안싸움으로도 시끄럽다. 얼마 전 민주평화당 탈당파가 제3지대 정당 창당을 위해 만들었던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현 대안정치연대 대변인은 “제3지대 혹은 중도세력은 정치이념지형이 진보와 보수로 확연히 나누어질 때 이것도 저것도 싫은 사람들이 지향하는 지점인데 문제는 이 실체가 불분명하다는데 있다”며 “최근 조국대전으로 무당층이 증가하고 있어서 주목받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제3지대, 혹은 중도개혁정당이 가능하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당층이 되고 싶은 유권자들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당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국민이 늘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