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비상 꿈꾸던 LCC, 여러 악재에 생존경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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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비상 꿈꾸던 LCC, 여러 악재에 생존경쟁으로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9.18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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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창사 이래 최대 위기”…비상경영체제 선포
日 노선 여객 감소·원·달러 환율 및 국제유가 상승 겹쳐
내년부터 기초체력 약한 항공사 중심으로 구조조정 전망
(왼쪽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항공기. 사진=각 사 제공
(왼쪽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항공기.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지난 10년간 성장을 거듭해오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공급과잉과 일본 노선 여객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및 국제유가 상승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LCC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비상경영체제 선언으로 LCC들의 구조조정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16일 사내 게시판에 담화문을 올리며 “대내외 항공시장 여건 악화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현재까지 누적적자만 수백억원에 달한다”면서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회사의 존립이 심각히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초부터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 국적 항공사 중 가장 먼저 B737-맥스 항공기를 들여왔으나, 해외에서 추락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3월부터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하며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 2분기에는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을 포함한 LCC 6개사는 수요 둔화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모두 적자 전환했다. LCC 맏형 제주항공은 274억원, 진에어는 266억원, 에어부산은 21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비상장사인 에어서울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문제는 LCC들의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 여행 불매 운동으로 여객 수요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사우디발 오일쇼크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노선이 공급에서 40% 가량을 차지하는 LCC들은 지난달 여객 수가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공급을 줄이고 중국과 동남아 노선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본 대비 수익성이 낮은데다가 공급이 일시에 몰리면서 도리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피격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항공사들은 통상 유류비가 영업비용의 20~30%를 차지한다. 유가가 오를수록 유류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조만간 LCC들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공급과잉을 겪던 LCC들이 일본 발 악재와 환율 및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하반기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항공사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신규 업체 3곳이 항공 면허를 발급받으면서 국내 LCC만 9개에 달하게 됐다”면서 “LCC간 경쟁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출혈경쟁으로 인한 업계의 구조조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이번 불황을 기점으로 점유율 격차가 확대되고 재무구조 건전성의 차이에 따라 성장성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현금흐름 악화를 견디기 쉽지 않은 하위 항공사를 중심으로 2019년 말부터 2020년경 의미 있는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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