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도료 대기업도 사기 피해…“핵심장비 속아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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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도료 대기업도 사기 피해…“핵심장비 속아서 구매”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9.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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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강판 설비 ‘도막두께 측정기’, 대다수가 가짜 제품 속아서 구매
‘DJH CANADA’ 장비가 정품, 과거 에이전트가 가품 만들어 판매
캐나다 본사는 소송 준비, 내달 대표 방한…국내 기업 보상 쉽지 않아
DJH사의 정품 로고(위)와 짝퉁 로고
DJH사의 정품 로고(위)와 짝퉁 로고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철강업계와 도료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업체들이 한 설비 중개상에 속아 가짜 장비를 구매하는 일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냉연업체와 도료업체가 이 중개상으로부터 설비를 구입해 피해를 입었다.

해당 장비는 ‘도막두께 측정기’라는 컬러강판 제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다. 컬러강판은 철판에 도료(페인트)를 입혀 만드는 철강업계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철판에 입힌 도료는 내식성 등 물성 강화는 물론 다양한 무늬가 표현 가능해 철강업체와 도료업체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도료의 두께는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매우 세밀한 작업을 요한다. 일반적으로 20㎛의 도료를 철판 위에 입히는데 균일함이 품질에 큰 영향을 준다.

도막두께 측정기는 미세한 작업에 필요한 장비로,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제조사나 원료 공급사에게 모두 필요한 중요하다. 정품 가격은 억대를 넘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철강과 도료 두 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업체가 모두 사기성 판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도막두께 측정기’는 국내 업체 대부분이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DJH CANADA’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4~5년 전까지 국내에서 중개 에이전트를 했던 DJH KOREA가 에이전트 계약해지 이후 현재까지도 가품(짝퉁)을 만들어 정품인양 속여 판매를 해왔다는 점이다.

DJH CANADA는 전세계 13개 지역에서 에이전트를 통해 대리 판매를 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와 계약을 맺은 국내 업체는 ‘Dae Kwang International’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 로고를 붙인 가짜 장비가 판매되고 있는 것은 컬러강판 제조사와 도료업체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DJH KOREA는 한때 에이전트 역할을 했고, 현재도 홈페이지가 버젓이 살아있다.

이로 인해 국내 대부분의 관련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포스코강판과 세아씨엠 정도만 정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4~5년 내 장비를 구입한 대부분 기업이 최소 1대씩은 가짜 장비를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DJH CANADA 측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회사 대표가 소송을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도 일부 소송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파산 신청한 업체라 손실 보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품 장비가 아닌 가품을 사용하면 제품 품질 문제 등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제품 판매 시 수요가 보증 조건이 있는데 문제 시 모든 책임이 제조사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DJH의 한국지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에이전트 행세를 하며 정품으로 속여 판매를 했다”며 “현재 몇몇 제조사도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히 보상을 청구할 방법이 없어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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