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미봉남에도 靑 중재자 재시도...한미정상회담은 ‘문재인 패싱’ 면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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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통미봉남에도 靑 중재자 재시도...한미정상회담은 ‘문재인 패싱’ 면피용?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9.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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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중재자 오지랖" 조롱에도 文대통령 "남북미 정상 변함없는 신뢰"
靑주변 "통미봉남 아닌 한국이 도와달라는 것" 해석 중재외교 노선 유지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북미 간 중재자 역할에 다시 나설 것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통미봉남(남측을 배제한 북미 간 직접대화 노선)을 노골화한 상황에서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 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북한의 ‘문재인 패싱’에 대한 국내 면피용에 그치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文 “남북미 정상 간 변함없는 신뢰”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저는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한다”며 “이번 유엔 총회가 함께 만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질서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흔들림 없이 매진해왔고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며 “곧 북미 실무대화가 재개될 것이며 남북미 정상 간 변함없는 신뢰와 평화에 대한 의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중재노력을 펼칠 것임을 공언한 것이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미 간 중재와 촉진을 담당할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北 “중재자 오지랖·삶은 소대가리”

이처럼 당청은 북미 간 3차 정상회담에 앞서 중재외교에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정작 중재의 기본전제인 남북 간 대화와 한미 간 대화 중 한쪽 축이 무너진 상태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남쪽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정부의 중재외교 노선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후 남측을 겨냥한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 왔다. 그 와중에 북측은 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북한의 의도는 지난 6월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의 담화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조미(북미)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미 ‘핵동결’ 타협에 한국 배제 우려

그럼에도 청와대는 중재외교 노선을 포기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속내는 최근 대통령 산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임명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달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이 너무 단계를 복잡하게 하지 않고 바로 북미정상 회담으로 갈 수 있도록 한국이 미국을 좀 설득해 달라(는 속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의 해석은 일반론과는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내 비핵화 협상 주도권이 남북 관계를 중시하는 통일전선부에서 북미 직접 대화 전략을 구사하는 외무성으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노이 노딜 과정에서 한국의 이용가치가 사라지자 실리를 추구하는 북한 외무성이 한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미 대선용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핵보유국을 노리는 김 위원장 간 타협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수준에서 북핵 문제가 봉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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