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韓산업계, 악재 추가될까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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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韓산업계, 악재 추가될까 ‘전전긍긍’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9.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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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최대 석유 시설 가동 잠정 중단으로 국제유가 19% 이상 급등
정유업계, 사우디 원유 수입 비중 30% 달해 수급 차질 우려…단 정제마진은 미지수
사태 장기화될 경우 화학업계, 원가부담 가중…유류비 비중 높은 항공업계도 타격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으로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데다 시설복구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수급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만큼, 업종별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개장과 함께 19% 이상 급등했다.

이날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치솟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 상승한 67.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사우디산 원유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 수급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의 31.1%가 사우디산이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도 전체 수입량의 28.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당장 원유 수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유가 상승률과 사태 장기화 여부는 가늠하기 어려워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긍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재고평가이익 실현으로 단기적인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고 2~3개월 가량을 비축해 놓는다. 때문에 유가가 낮을 때 샀던 원유재고분에 대한 평가 가치가 높아져 이익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원유가격이 올라가면 석유제품의 가격도 따라 상승하며 정제마진이 늘어나는데, 현재 세계 경기상황을 봤을 때 제품가격이 생각보다 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급등에 따른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원유가격 상승에 따라 나프타 가격이 오르게 되면 원가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또 국제원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달 초부터 휘발유,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항공업계의 표정 역시 어둡다. 유류비가 영업비용의 20~30% 가까이 차지하는 탓에 수익성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1달러 오를 때 연 3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항공업계는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일본 불매 운동으로 인한 탑승객 수요 감소 등 온갖 악재가 산적해 있어 유가 상승이 장기화 될 경우,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어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유가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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