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대 등 돌렸는데 '노무현 세대' 3040은 "조국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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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대 등 돌렸는데 '노무현 세대' 3040은 "조국지지"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9.15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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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불문 20대 청년들 정권에 실망감 정치혐오감 급증
호남서는 5060도 조국 지지...3040은 적극적 지지 여론

[매일일보 박숙현 박규리 김나현 조현경 기자]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단행하면서 추석 밥상에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얘깃거리가 단연 화제였다. 모든 세대에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해 반대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30~40대만은 조 장관 임명을 지지했다. 이들은 2002년 노무현 정부 탄생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른바 '노무현 세대'다. 한편 호남지역에서는 20대만이 비판적이었고 나머지 세대는 찬성 여론이 두드러졌다. 

▮조국 반대 여론 속 3040 압도적 지지

지난 12일 공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KBS 의뢰, 9월 10일~11일 기간,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표본오차 ±3.1%포인트, 신뢰수준 9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부정 평가가 51.0%에 달해 긍정 평가(38.9%)를 오차 범위 밖으로 앞섰다. 특히 '매우 잘못했다'가 37.4%로 나타났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 중 14.2%, 정의당 지지자 중 28.5%도 부정 평가했다. 이보다 앞서 11일 공개된 칸타코리아 여론조사(SBS 의뢰, 9월 9일~11일 기간, 전국 성인 1026명 대상,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신뢰수준 9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결과도 비슷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이 53%로 찬성(43.1%)보다 9.9% 포인트 높았다. 특히 3040을 제외하고 나머지 연령대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두 여론조사의 공통점이다. 지역별로 호남을 제외하고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점도 유사했다.

▮20대 “정의 외치던 정부에 배신감”

이 같은 세대 간 여론 차이는 본지 인터뷰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20대는 지역을 막론하고 조 장관 임명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부산의 직장인 윤모(27)씨는 “완전히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 민주당이라면 그나마 정의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고착화가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수도권의 최모(23)씨도 “국민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앞으로는 딱히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고, 광주의 박모(23)씨는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조 장관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20대는 정권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도 토로했다. 마산의 직장인 남모(25)씨는 “서울대에서 인턴을 몇 명이나 할 수 있겠나. 사회에 기여하기보다 자신의 특권으로 생각한 부분에 더 분노한다”고 했다. 부산의 대학생 조모(21)씨는 “솔직히 젊은 세대 입장으로서 짜증나고 박탈감도 많이 느낀다. 출발선이 다르다고 느끼게 됐다. 저런 사람이 장관이 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같은 지역의 취업준비생 박모(27)씨는 “취준생 입장에서 조국 딸을 보면 그 사람이 능력이 있든 없든 본인 능력보다 더 혜택을 받는 것 같아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5060 “민주당도 다를 게 없더라”

5060 세대는 상대적으로 20대에 비해 배신감이나 실망감의 강도는 약했지만 부정 여론 자체는 확연했다. 수도권에서 자영업을 하는 임모(53)씨는 “가족 때문에 말도 많고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된다는 게 맞는 건가. 물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지만 조국 가족은 학력이나 돈 등 부정적인 면이 너무 많다”며 “문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인지 모르지만 민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김모(61)씨는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뽑으면 뭔가 변할줄 알고 뽑았는데 이제는 민주당 사람들도 다를 게 없다. 뽑지말자라는 말도 아줌마들끼리 나눈다”고 했다. 창녕에 거주하는 조모(57)씨는 “조 장관이 아무리 잘하든 국가가 갈기갈기 찢어졌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의 도리”라고 했다.

다만 호남 지역의 5060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목포의 김모(71)씨는 “잘했다. 이쪽(호남) 사람들은 거의 여론이 그렇다”며 “정치인들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들이 없다. 사생활까지 다 파헤치면 어떤 사람이 장관을 하고 정치를 하겠나. 청문회에서 너무 지나쳤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물러나면 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에 잡혀 살게 될 테니 잘한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지역의 박모(67)씨도 “조국 의혹들을 보니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데 어차피 정치인들은 다 저러니 덜 더러운 놈이 해야지 어쩌겠나”라고 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들이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본인이 잘못한 게 밝혀지지만 않으면 계속 지지하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목포시민 안모(58)씨는 “(조 장관이) 똑바른 사람이니 잘 임명한 것”이라며 “뉴스에 나온 것들은 많이 부풀려졌다고 생각한다. 조 장관 딸 제1저자 논문 의혹도 그 정도 의혹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본인만 깨끗하면 된다. 조 장관이 조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를 수 있다”고 했다. 

▮3040대 “검찰 개혁이 우선”

이처럼 호남지역의 5060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세대에서 조 장관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았지만 3040은 조 장관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많았다. 수도권의 홍모(43세)씨는 “조 장관이 잘못한 게 있기는 해도 변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일단 법무장관이 된 이상 자신이 말한 개혁을 해나가는지 지켜봐야한다. 주변에 또래 엄마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다들 저랑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조 장관에 대한 의혹 제기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도권의 송모(44세)씨는 “조 장관에게 여러 의혹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 사회 현실상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다. 가령 논문 표절 의혹의 경우, 제가 연구원이기에 사정을 잘 아는데 그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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