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위의 뒷북인가, 선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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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위의 뒷북인가, 선빵인가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2.12.1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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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싸움에선 선빵이 8할을 차지한다. 15일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이 최근 하나고에 257억원을 출연키로 했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는 개정 은행법 제 35조를 근거로 들었다.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은 위법행위에 속한다고 지적, 이를 금융감독원과 해당 은행에 통보했다.

2009년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하나은행을 통해 330억원을 출연,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이 은행이 지금껏 출연한 금액은 600억여원에 달한다. 2009년 10월 개정된 은행법에 따르면 이 역시 불법이 된다.

당시 경제시민단체 등 사회 일각에서는 정치권 로비와 특혜 의혹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묵언수행이라도 하는 냥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랬던 것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두 기관의 각종 비위 행각들이 속속 드러났다. 이런 사이 한 지붕아래 부부의 역할이 모호한 채 살아오다 뒤늦게 싫증이라도 난 듯 금융위는 짐을 싸 중구로 이사해 버렸다. 숨겨진 금융위의 우월성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금융위의 우월성은 MB정권에서 생겨났다. 금융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금감원은 은행·보험·증권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로 이루어진 민간기관이다.

MB정부는 금감원에게는 관리 감독 기능을, 금융위는 정책 결정 기능을 맡게 해 두 기관의 주요 기능을 이분화시켰지만, 사실상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급기관 노릇을 하게 했다.

   ▲ 황동진 산업팀장.


이런 두 기관의 불완전성 구조 때문에 일각에선 통폐합 및 해체론을 제기한다.

이번 금융위의 위법 판단에 금감원은 난감하다. 조사에 나서야 하지만 달리 말하면 3년 전 하나은행의 하나고 출연 역시 위법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18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금감원을 상대로 선수 친 듯한 모양새여서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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