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 충돌’을 이유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해임 소식을 전하면서 다음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긴장관계 국가를 상대로 대외 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향후 대북 문제를 포함한 외교정책 노선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지난 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면서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그 사직서가 이날 오전 자신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의 봉직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다음 주 새로운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마이크 플린, 허버트 맥매스터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
그간 볼턴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외교 현안에서 초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파열음을 빚어왔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아프간내 무장반군 세력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체결 문제로 내부에서 극심한 충돌을 빚은 것이 직접적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질 결정은 백악관 참모들도 트윗을 보고 알 만큼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이날 경질 발표로부터 채 2시간도 남지 않은 오후 1시 30분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테러 관련 공동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다.
사퇴 과정을 둘러싸고도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WP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분명히 해두자”라며 “내가 사임한 것이다. 지난밤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나는 적절한 때에 발언권을 가질 것”이라며 “그러나 사임에 대해서 여러분께 사실을 말한 것이다. 나의 유일한 염려는 미국의 국가 안보”라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에서도 “나는 지난밤 사임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이야기해보자’라고 말했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짧은 두 문장의 사직서를 제출해 두 사람 간의 갈등을 짐작케 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사임 서한에서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직을 즉각 사임한다”며 “지금까지 미국에 봉사할 기회를 제공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