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산은·수은 합병 정부에 건의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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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산은·수은 합병 정부에 건의할 생각"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9.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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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간담회서 정책금융 '선택과 집중' 강조…산은 지방이전 "쓸데없는 논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책금융기관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합병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회장은 10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된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며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산은과 수은이 합병함으로써 훨씬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고, 될성부른 기업에 집중적인 지원도 가능하지 않겠나"며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산은과 수은의 합병안은 정부와 전혀 협의된 게 아닌 사견"이라며 "(산은) 내부에서도 검토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회장은 "산은과 수은에 중복되는 역할이 많다. 두 기관을 합치면 백오피스(지원) 인력이 줄고, (가용) 예산이 늘어 IT 설비를 강화할 수 있고, 남는 인력을 영업 현장에 보내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산은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선 "쓸데없는 논의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산은의 지방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는 "산은이 해외로 팽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점에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를 뜻한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또, 아시아나항공이 매각을 앞둔 가운데 흥행이 저조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구조조정은 어떤 한 시점을 놓고 보는 게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이 산업과 기업이 어떤지를 보고 M&A가 성사되고 대출과 자금투자를 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국지엠(GM)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선 이 회장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솔직히 이해를 못 하겠다. 평균연봉 1억원 넘는 분들이 이에 더 올려 달라고 파업하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연간 8000억원씩 5년간 4조원 적자를 낸 기업인데, 1650억원 인상을 해달라는 건 상식적인 부분이 아니다"며 "현대기아차도 파업 없이 노사 협의를 끝냈는데 한국GM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굉장히 착잡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간 갈등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를 두고, 일본 경쟁당국이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일본이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한국 경제는 최근 어려운 게 아니라 10여년째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정부에서 가계부채 문제나 부동산 문제를 촉발했고, 그 문제가 아직 어려움으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정권에 대한 책임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고 말씀하신 걸 보고 대경실색한 적이 있다"며 "경제가 살아야 부동산이 살지, 어떻게 부동산이 살아야 경제가 사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 이후 부동산 투기 붐이 일었고,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그것을 통제하지 못해 지금 정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이 회장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장비산업에서 국산화가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한국경제의 취약점을 극적으로 부각시킨 사건"이라며 "(산은도)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중장기 차원에서의 지원도 정부 정책에 맞춰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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