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흥행에 그친 아시아나, 인수전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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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흥행에 그친 아시아나, 인수전은 ‘안갯속’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9.0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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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입찰도 대기업 참여 희박…애경과 현대산업개발간 2파전 유력
인수가격·매각 방식 등 놓고 셈법 복잡…적지 않은 진통 예상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이륙을 시작했지만 반쪽짜리 흥행에 그치면서 연내 매각에 먹구름이 꼈다. 본입찰에서도 대기업의 참여가 희박한데다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간 2파전이 유력하지만 이마저도 인수가격을 둘러싼 마찰이나 참가업체의 중도포기, 분리매각 요청 등 변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참여자를 대상으로 적격 예비후보(숏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숏리스트는 약 한달 간 자체적인 매수 실사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매각자 측은 10~11월에는 본입찰을 진행하고, 12월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2시 CS증권이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과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KCGI 컨소시엄 등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추가적인 참여자의 존재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쪽짜리 흥행에 그쳤다는 평가다. SK와 한화, GS, 롯데 등 유력 잠재 후보로 거론된 국내 대기업들이 모두 인수전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지난 4월 금호산업이 매각을 결심했을 때만 하더라도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손꼽혔다. 국내 2위 국적항공사로 매력도가 높고,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항공업의 특성상 귀한 매물이라는 이유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매각 절차가 진행될수록 상황은 급변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항공시장의 공급과잉, 한·일 경제 전쟁 여파로 인한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와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는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1241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약 660%에 육박한다. 여기에 대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들이 본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 최근 산업은행 지점 방문차 영국 런던을 찾은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간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장은 지금으로선 다른 대기업이 추가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황은 좋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격을 둘러싼 마찰이나 참가업체의 중도포기, 분리매각 요청 등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은 금호산업이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야 한다. 또 6개 자회사를 함께 인수하려면 전체 자금이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내부적으로 책정한 매각 가이드라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대한 비싼 값에 팔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참가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이 이에 부응하지 않을 경우, 1차 입찰은 유찰될 수 있다.

참가업체들이 인수전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애경그룹은 당장 투입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3000~4000억원 수준에 그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되기에는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다. KCGI는 전략적투자자(SI)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숏리스트 선정 여부는 SI가 어디인지에 따라 가려지게 된다.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자금력이 풍부하지만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본실사를 마친 뒤에도 인수를 이어갈지 장담할 수 없다. 항공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만큼, 금호산업과 채권단을 만족시키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여기에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분리매각을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통매각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분리매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각에서는 매각자가 1차 입찰을 유찰시킨 뒤, 분리매각으로 재입찰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세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예비입찰리스트에 애경, KCGI,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적극 참여하면서 획기적 흥행은 아니지만 입찰리스트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다만 SK, GS, 한화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에서 인수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각 스케줄은 9월 중 숏리스트 확정, 11월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연내 매각 예정이나, 모든 빅딜이 그렇듯 장기적 매각 유찰 리스크는 주가 발목을 잡는 재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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