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약시장 기름 부은 ‘분양가 상한제’에 무주택자 ‘한숨’
상태바
[기자수첩] 청약시장 기름 부은 ‘분양가 상한제’에 무주택자 ‘한숨’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9.09.08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선 벌써부터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청약시장의 경우 서울뿐 아니 수도권 지역까지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 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3차’는 평균 2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방침을 밝힌 후 서울에서 첫 분양에 나선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인 203.75대 1을 웃돈다.

경기 부천시 범박동 ‘부천 일루미스테이트’도 지난 3일 1순위 청약 결과 1647가구 모집에 총 1만1596명이 몰리며 평균 9.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 청약은 부천시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약 당첨가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당첨가점은 평균 50점에 달했다.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경우 당첨자 평균 가점은 67.06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웬만큼 높은 청약가점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무주택자들은 일반 분양도 요원해지고 있다.

특히 젊은 무주택자들은 내집 마련을 통한 주거안정에 대한 마음은 굴뚝같지만 청약 당첨도, 기존 주택 매매도 까마득하기만 해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기존 주택은 구입에 상당한 부담이 뒤따라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고, 신규 분양도 경쟁률과 청약가점이 상당해 당첨가능성은 희박하기만 해서다.

30대 무주택자들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내 가점으로는 청약은 못 오를 나무”라는 하소연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분양가 상한제 반사이익에 신축아파트값 마저 뛰고 있고, 청약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전셋값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초점을 맞춘 분양가 상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무주택자에게 청약당첨을 통한 내집 마련은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실제 집을 마련하는 일은 더 어려워져서다. 무주택자의 경우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낮은 분양가로 분양하는 단지에 청약을 넣을 수 밖에 없는데, 분양가가 낮을수록 높은 시세차익 기대감에 경쟁이 과열돼 당첨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수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무리 집값 잡는 것이 급하더라도, 애초 의도와는 다르게 분양가 상한제가 기존 주택시장과 청약시장 모두 과열시키고 있는 만큼 정책 시행에 앞서 주택시장에 대한 충분한 모니터링을 통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정책이 ‘고식지계(姑息之計, 임시방편으로 당장 편한 것을 택하는 꾀나 방법)’가 되지 않도록 실행시기나 적용 지역 등에 대해 보다 신중히 검토, 결정해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