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수요산업별 가격협상 난항…"가격체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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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수요산업별 가격협상 난항…"가격체계 바꿔야"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9.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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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자동차, 가전 등 각 수요군 가격저항 부딪혀
수요 산업 부진과 철광석 가격 폭락 주요인
원료가격, 제품가격 반영 타이밍 느려…중국과 비교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에 돌입한다. .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에서 생산 중인 조선용 후판. 사진=포스코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철강업계가 최근 철광석 등 원료가격 폭락으로 수요업체와의 하반기 가격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하반기 공급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사들과의 후판가격 협상과 자동차 업체와의 차강판 단가 협상, 가전사와의 공급가격 협상 등에서 모두 강한 저항에 부딪힌 상황이다.

가격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후방 산업의 부진과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의 폭락이 주 요인이다. 조선사는 올해 흑자전환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수주 목표에 한참 모자라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또한 내수에서 다소 살아난 모습이지만, 전세계 지역에서 수요 감소로 전체 생산이 줄어드는 등 여전히 고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때 t당 124달러까지 치솟았던 철광석 가격이 83달러 초반대까지 떨어지며 가격인상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국내 일관제철소는 원료의 제품가격 반영이 한 분기 늦은 편이다. 3개월 전 재고분이 현 제품가격에 적용되는 만큼 가격인상 요인이 있지만, 원료 가격 등 지표가 하락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중국산 후판은 현재 오퍼가격이 t당 5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8월말 제시된 오퍼가격이 톤당 493달러(CFR) 수준으로 7주 연속 가격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중국 당산강철은 t당 490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중국 후판업체가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제품가격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조선사의 중국산 후판 수입이 하반기 이후 급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상반기 가격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의 요구에 따라 가격을 동결한 바 있다.

자동차강판 가격 역시 인상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2016년 이후 동결 상태인 자동차강판 가격은 올해도 요지부동이다. 자동차 업황 부진에 따라 현대자동차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계열사 이익 분배를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초 t당 3만원 인하 후 5월과 7월에 각각 1만원을 올렸을 뿐, 철강업계의 가격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결국 건설용 강재 가격만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역시 중국산 수입재의 가격인하로 시장 내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제품가격을 원료가격에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철광석 가격이 변동되면 바로 반영에 나서지만, 국내 기업은 한 분기 늦게 반영돼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가 없기 때문에 수입재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다”며 “수요 산업의 구매 담당이 중국 등 저가제품의 가격을 꿰뚫고 있어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가격체계를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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