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DLF 사태’는 명백한 금융당국 정책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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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DLF 사태’는 명백한 금융당국 정책실패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09.05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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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가 파생상품 사고를 경험한 사건은 크게 5개 사례가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80여개 기업이 수 조원대 피해를 입은 ‘키코 사태’가 대표적이고, 2009년 ELS 불공정혐의 거래, 2011년 도이치증권의 옵션만기일 사태, 2011년 ELW시장 스캘퍼 수사, 2013년 한맥증권 사태 등 모두 파생거래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권 DLF 손실도 해외금리와 연계한 상품의 구조적 문제가 대규모 손실의 결정적 역할을 견인했다. 이들 사건을 보면 모두 해외 옵션 상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국내 파생상품 설계자들은 왜 해외 파생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을까?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시장의 제한된 옵션 가지고는 수익률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설계자 입장에선 투자자가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제시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같은 환경을 조성한 것은 금융당국이다. 2011년까지 파생상품시장의 손실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대 됐다. 금융당국도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의 규모가 현물 시장 대비 과도하게 크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고 판단해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와 개인투자자 현금예탁비율 상향 등을 통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 같은 규제 속에 개인과 기관의 파생상품 거래는 급격히 위축된다. 한 때 개인과 기관의 일평균 파생거래대금은 각각 16조9851억원, 32조3007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별 일평균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외국인이 22조7000억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6조1000억원, 16조2000억원에 그친다.

파생상품시장 규제로 개인의 시장 참여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 쓸 만한 물건이 없어지자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금융투자업자(기관)들은 해외 시장을 바라보게 된다.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당시 1만3300명에 그쳤던 해외 장내파생상품 투자자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40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해외 파생전문가가 국내에서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글로벌 IB의 경우 파생상품 설계 시, 환율, 경제, 파생상품, 금융공학자 등 각 분야의 모든 전문가가 상품설계에 참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품을 판매하는 PB가 설계에 직접 참여 하거나 회사 요구에 따라 파생 트레이더 혼자서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단순 해외파생상품을 베끼는 수준인 것이다. 기초로 하는 파생옵션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잊을 만 하면 최근 DLF와 같은 큰 사건에 노출된다.

종합해 보면 파생상품시장 규제는 결국 실패한 정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규제한다고 해서 투자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다는 것은 앞선 사례를 통해 입증이 됐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만의 제대로 된 파생상품시장을 조성할 때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규제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는 미국과 유럽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겪고도 파생상품의 규제의 시각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과도 대비된다. 우리보다 앞선 자본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은 오히려 장외파생상품을 장내로 상장시키고 신상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장내파생상품의 활성화를 통한 금융혁신을 내세웠다. 최근 8000억대 DLF 손실의 최고 수혜자는 반대 포지션에 서 있던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이 상품이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거래 됐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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