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규제샌드박스를 먼저 규제샌드박스에 넣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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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규제샌드박스를 먼저 규제샌드박스에 넣어야
  • 이승익 기자
  • 승인 2019.09.0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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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익 유통/중기부장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부처가 많아질수록 규제는 함께 늘어난다. 관료조직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그에 걸맞은 법적 조치도 비례한다는 뜻이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이는 번번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쳐야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이 나서서 규제개혁 철폐, 다시 말해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도입한 목적은 △법・제도의 안정성 △기술 간 균형발전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해서다. ICT분야의 규제 샌드박스는 올 1월17일부터 시행 중이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규제 샌드박스는 개정・시행된 ‘정보통신진흥및융합활성화등에 관한 특별법’(정보통신융합법) 제36조, 제37조, 제38조의2에 따라 법령의 미비・불완전 등으로 ICT 신기술・서비스의 사업화가 제한될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거나 그러한 조치가 확보된 것을 전제로 운영된다. 여기서 말하는 ‘ICT 신기술・서비스’는 신규 ICT, ICT 간 융합, ICT와 타 산업 및 기술간 융합을 기반으로 하여 새롭게 개발된 기술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개인・사업자 등이 신청한 사안에 한정해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샤일로(부서간 칸막이)가 아닌 모래(Sand)로 채워진 나무울타리(Box) 안에서 부모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아직까지도 관료 주도형, 정부 주도형이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여기에 모든 주체들이 뒤 따라는 방식으로는 후진적 방식으로는 싱귤래리티 시대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최근 규제 개혁과 산업간 장벽 허물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원가 중심의 제조업 모델에서 경쟁력을 찾기가 힘든 상황에서는 기존 산업의 보호보다는 장벽 허물기를 통한 완전 경쟁이 더 나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라는 이름으로 장벽 허물기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 하다. 업종 간 경쟁은 전혀 이상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왔다. 이러다보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게는 정부의 주요 행정조치를 규제로 느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산업이 생겼다면서 이에 걸맞는 제도가 생겨났지만, 반대로 규제가 중복됐다는 이유로 하나를 없애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규제 샌드박스가 대한 경영계의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전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로 구성된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가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국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스타트업 창업 성장 생태계 발전방안 세미나'를 열었다.이날 참여했던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불법이 아니라면 사업적으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모두 허용했으면 합니다."라고 토로했다. 즉,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방식의 법체계로 전환된다야 하는 주장이다. 지금은 과도한 입법으로 인한 규제법의 과잉시대다. 하나의 법이 만들어지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우리 법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언제까지 지난 6~70년대 산업화 시대에 만든 낡은 산업관련법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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