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국 앞에선 ‘불가능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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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국 앞에선 ‘불가능이 가능’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9.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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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법무부 후보자는 본인에게 여러 흠결이 있고 미흡한 점도 있다는 비판을 잘 안다며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사법개혁이 자신의 ‘소명’이기 때문이란다. 검찰개혁 논쟁의 오랜 역사에서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이며 전체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이라 개혁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왜 꼭 본인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사법·검찰·권력기관 개혁 등은 민정수석의 핵심 과제였다. 이를 민정수석으로 있으며 과정을 관할하고 소통해왔다”고 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이를 관념이나 이론이 아닌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지 경험했다고 했다. 이런 것들이 다른 이들과 다른 자신만의 ‘최고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문 정부 첫 민정수석 자리는 왜 본인이었어야 했는가.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였을 때 “안철수는 중도의 길로 가고, 문재인은 진보의 길로 가라”며 힘을 실어줬던 본인에게 빚졌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분석이 적절해보인다. 

조 후보자는 복잡한 법을 떠나 사실상 직접투자나 다름없는 ‘가족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공직윤리·이해충돌 여지가 있고, 웅동학원 이사로 이름을 올렸을 때 시효가 지난 동생 건설회사의 16억 공사대금 소송에 ‘무변론 패소’해 이사 직무를 성실히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학자의 길을 걷느라 바빴더라도 IMF 이후 어지러웠던 집안 사정에 이리도 무신경할 수 있었을까. 이것만으로도 법무장관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 10건이 넘는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 ‘만신창이’가 된 그가 검찰개혁이 가능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조 후보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보겠다”고 답했다. 믿어야 하나.

그렇다. 조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가 고등학생 딸이 SCIE급 병리학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리도록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이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시절 신청도 안했는데 장학금을 받고, 휴학했는데 다음 2학기에도 또 받는 ‘행운’이 따라왔다. 부산대 의전원 동기들 중 유독 딸만 6학기 연속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이 역시 부모인 조 후보자와 배우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패싱할 뻔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이가 법무장관이 된다는 ‘불가능’한 일이 실현될 수도 있지 않을까. 청와대와 민주당이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선거법 개정과 똘똘 뭉친 지지층만 믿고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이라는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여야가 진통 끝에 인사청문회를 6일로 잡았으니 조 후보자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이날 이후로 해야겠다. 조 후보자에 대한 불신이 믿음으로 바뀌는 '가능'이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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