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가 키운 막바지 청약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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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가 키운 막바지 청약 열기
  • 전기룡 기자
  • 승인 2019.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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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분양가 상한제로 경쟁이 과열되기 전에 새 아파트를 구하려고요. 아파트값이 싸진다고 하지만 아파트를 구할 기회가 적어지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요. 전매제한 10년이면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너무 큰 불확실성이에요.”(경기 하남·40대·박모씨)

이는 지난달 30일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견본주택에서 만난 한 예비수요자의 의견이다. 또 정부가 지난 12일 분양가 상한제 계획안을 발표한 이래로 서울 내 견본주택을 방문할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던 의견이기도 하다.

수많은 예비수요자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 새 아파트를 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대부분의 예비수요자는 새 아파트를 마련할 기회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고 답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제외하고 신규 공급이 이뤄질만한 부지가 전무하다. 노태우 정부 시절 시작된 신도시 정책도 고공행진으로 뛰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대규모 공급이 필요했지만, 서울 내 마땅한 부지가 없었기에 중동·평촌·산본 등 근교를 중심으로 펼쳐진 것이다. 물론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 지역의 개발을 통해 서울 내 공급이 꾸준히 이뤄졌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힘들다.

따라서 서울에서의 신규 공급은 현재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해 나오는 일반분양분에 기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재건축·재개발단지의 사업성을 떨어트려 조합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단지의 무산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는 자연스레 공급 축소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급 축소는 자연스레 경쟁 과열로 이어진다. 일례로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던 2007년만 하더라도 신규 공급 물량은 22만9000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전 밀어냈던 공급 물량이 적체된 데다 금융위기 등을 겹치면서 3년 후인 2010년에는 공급 물량이 9만1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탓인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계획안을 발표한 후 오픈한 투기과열지구 내 견본주택은 계속해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실제 지난달 23일 문을 연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디움’ 견본주택에는 주말 동안 3만명의 예비수요자가 운집했다. 그 결과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디움’은 지난달 28일 이뤄진 1순위 모집에서 평균 203.75대 1로 마감했다. 최고 경쟁률은 1123대 1(전용 84E㎡)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오픈한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에도 주말 동안 3만7000여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 적용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규제 강화로 공급 축소와 경쟁 과열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 것은 아닌지. 그래서 서민들의 막바지 청약 열기에 불을 지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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