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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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거늘
  • 박완규 칼럼니스트/GTN-TV 주필
  • 승인 2012.12.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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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 좋은아침
▲ 박완규 칼럼니스트

[매일일보] 중국 원나라 때의 소설가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보면, 촉한의 총사령관 격인 제갈량은 오나라의 손권과 연합하여 위나라의 조조 대군을 적벽대전에서 불 공격으로 대파했다.

제갈량은 촉한의 첫 황제 유비가 죽은 후 오나라와 다시 제휴하고, 위나라 장군 사마의의 군대를 '호로곡'으로 유인, 화공으로 몰살시키려 했으나 공격 순간 소나기가 내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제갈량은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불가강야(不可强也)”라고 탄식했다. ‘계략(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어서 강제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순국하기 한 달 전쯤인 1910년 2월 여순 감옥에서 먹으로 '모사재인 성사재천'을 썼다. 일본의 침략수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자신이지만 이를 성사시킨 것은 하늘이라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 하겠다.

선량(選良)들의 야심찬 공약선언도 하늘이 보살피지 않으면 언제든지 도로아미타불에 그칠 수 있다는 메시지의 표출이라 하겠다. 어디 그뿐이랴. 나라 전체로 볼 때에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는 일이 있다. 하늘이 내린다는 대통령 자리가 바로 그것일진대.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다시 만나 정권교체를 대전제로 모사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던 문 후보로서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고, 이로써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남은 대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안 전 후보의 지원 행보로 문·안 단일화는 형식상이나마 당초 약속한 모양새를 보였지만 지난달 말 전격적인 후보 사퇴 이후 안 전 후보가 보여준 오락가락 행보는 지지자들과 다수 유권자들에게 혼란과 실망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과 이후 안 전 후보의 사퇴, 그리고 문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도 무려 보름간 잠행하다시피 해 혼선과 불협화음, 온갖 억측을 낳게 한 것은 그가 말하는 새 정치가 대체 무엇인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다급해진 문 후보가 자택을 찾아갔건만 만남을 거부했다가 불과 하루 만에 문 후보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나, “문 후보와 이념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가 이튿날 “문 후보가 새 정치 실천과 정당혁신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는 말로 지원 행보의 명분을 삼은 것도 의뭉스럽다.

곡절이 어떻든 기왕 모사를 한 만큼 남은 대선까지의 행보가 중요하다. 안 전 후보는 민주당이 정치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제 한 배에 오른 이상 두 사람은 말로만이 아닌 새 정치와 정치쇄신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일체의 네거티브 선거를 삼가고 오직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호소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두 사람에게는 정권교체 자체가 목표겠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대선 이후 펼쳐질 새 정치가 무엇인지가 중요하고, 그것이 선택의 기준이다.

정권교체를 빌미로 한 두 후보의 대국민 모사이기에 더욱 그렇고, 역시 모사재인 성사재천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한 '성사재천'의 그 하늘은 초자연적인 의미도 없지 않지만, 주권재민의 한국에서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 즉 백성의 마음을 의미할지니, 새정치든 정권교체든 민의를 얻지 못하면 성사는 없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완규 칼럼니스트 / GTN-TV 주필
※외부 필진 컬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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